꿈은 현실과 어느 정도 관계가 있는가
꿈의 내용은 자신의 현재 상황과 일련의 연관이 있게 마련이다. 자신의 억눌린 무의식이나 감정들이 꿈속에 드러나는 것이다. 여기에서 개인심리학적 치료의 목적은 사람들이 인생의 모든 문제에 대처할 때 개인의 용기를 증대시키려는 데 있다. 따라서 치료가 진행됨에 따라 꿈이 변화하고 자신 있는 태도가 현저하게 드러나게 된다.
서른두 살의 신경증 환자가 치료를 받으러 왔다. 그녀는 둘째 딸로서 대개의 둘째 아이가 그렇듯이 매우 야심적이었다. 그녀는 언제나 맏딸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며, 모든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고 싶어 했다. 그런 그녀가 신경쇠약이 되어 가고 있었다. 자기보다 연상인 기혼 남자와 연애를 하게 되었는데 그 애인이 사업에 실패해 버렸다. 그와 결혼하는 것이 그녀의 소원이었지만 그 남자는 이혼하지 못했다.
어느 날 그녀는 다음과 같은 꿈을 꾸었다.
“나는 시골에 있는 동안 내 아파트를 빌려 주기로 한 남자와 결혼했어요. 그런데 그는 한 푼도 없는 빈털터리였습니다. 그는 정직하지도 않고 직업이 있는 사람도 아니었어요. 그가 아파트 비용을 지불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나는 그를 나가게 할 수밖에 없었죠.”
이 꿈이 그녀의 현재 생활과 어느 정도 관계가 있다는 사실은 쉽게 알 수 있다. 그녀는 당시 사업에 실패한 유부남과 과연 결혼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심하고 있었다. 그녀의 애인은 가난하고 그녀를 부양할 능력도 없었다. 더구나 그는 지불할 돈이 없는 상태에서 그녀를 저녁 식사에 데리고 간 적도 있다.
이 꿈의 목적은 그 결혼에 반대하는 감정을 북돋는 일이었다. 그녀는 야심적인 여성이었으며 가난한 남자와 결합되는 걸 바라지 않았다. 그녀는 은유를 사용해서 자문한다.
‘그는 내 아파트를 빌렸는데 집세를 지불할 수 없다. 그런 임차인을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에 대한 대답은 ‘그는 나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기혼 남성은 그녀의 임차인이 아니었으며 그런 동일화는 올바른 게 아니다. 가족을 부양할 수 없는 남편을 집세를 지불하지 못하는 임차인과 같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지만 그녀는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 더 확실하게 자기의 인생 방식을 따르기 위해, 상식적인 방법으로 대처하는 일을 피하고 일부만을 선택해 내었다.
동시에 그녀는 사랑과 결혼이라는 문제를 마치 ‘한 남자가 나의 아파트를 빌린다. 그가 집세를 지불할 수 없다면 그는 쫓겨나야만 한다’는 은유에 의해 충분히 표현될 수 있는 일처럼 축소시켜 버렸다.
개인심리학적 치료의 목적은 사람들이 인생의 모든 문제에 대처할 때 개인의 용기를 증대시키려는 데 있다. 따라서 치료가 진행됨에 따라 꿈이 변화하고 자신 있는 태도가 현저하게 드러나게 된다.
어떤 우울증 환자가 치료를 받기 전에 마지막으로 꾸었던 꿈은 다음과 같았다.
“혼자 벤치에 앉아 있는데 갑자기 심한 눈보라가 몰아쳤습니다. 나는 급히 집으로 들어가 남편에게로 갔기 때문에 다행히 거기에서 도망칠 수 있었어요. 그리고 나는 남편이 신문 광고란에서 적당한 일자리를 찾아내도록 도와주었습니다.”
그 환자는 자신의 꿈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 꿈은 남편과 화해하고 싶다는 감정을 분명하게 보여 주고 있었다. 처음에 그녀는 안락한 가정생활을 구축하는 데 실패한 남편의 무력함과 연약함에 불만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꾼 꿈의 의미는 ‘혼자서 난관에 부딪치기보다는 남편의 곁에 있는 편이 오히려 낫다’는 것이었다. 그 꿈에서 그녀가 남편과 자신을 화해시킨 방법은 두 사람을 염려해 주는 주위 사람들이 할 법한 충고와 비슷하다.
한편 그 꿈에는 혼자 있을 때의 위험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다. 또한 그녀가 용기와 독립과 협동을 드러내고 시행하는 일에 아직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임을 보여 준다.
타인을 지배하려는 사람은 친구가 없다
만약 어떤 사람이 친구를 사귀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그 사람이 타인을 지배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고 받아들인다. 그 사람은 오직 자신에게만 관심이 있으며 그의 목표는 자신의 우월을 드러내 보이는 일이다. 그런 두 사람이 만나면 당연히 마찰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비서 일을 하는 스물네 살의 미혼 여성이 찾아왔다. 그녀는 사장의 거만스러운 태도 때문에 자기의 인생이 무참하게 되었다고 호소했다. 그녀는 친구를 사귀지 못하며 또 친구관계를 지속시킬 수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
우리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만약 어떤 사람이 친구를 사귀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그 사람이 타인을 지배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고 받아들인다. 그 사람은 오직 자신에게만 관심이 있으며 그의 목표는 자신의 우월을 드러내 보이는 일이다. 아마 그녀의 사장도 같은 종류의 사람일 것이다. 그들 두 사람은 모두 타인을 지배하고 싶어 한다. 그런 두 사람이 만나면 당연히 마찰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녀는 일곱 형제 중 막내였으며 가족의 귀염둥이였다. 그녀는 언제나 남자아이가 되고 싶어 했기 때문에 ‘톰’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이는 자신의 우월 목표를 개인적인 어떤 부분과 동일시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의혹을 품게 한다.
그녀는 남성적이라는 의미를 주인, 타인을 지배하는 것, 자기 자신은 지배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녀는 미인으로서 사람들이 자기를 좋아하는 이유가 자신의 예쁜 얼굴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때문에 유혹을 받거나 상처를 입을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다.
미모의 여성은 대개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훨씬 수월하게 타인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 줄 수 있으며 타인을 지배할 수 있다. 그녀는 이런 사실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남자가 되고 싶어 하며 남성적인 행동으로 지배하고 싶어 한다. 그 결과 그녀는 자기가 예쁘다는 사실에 대해 만족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맨 처음 기억은 어떤 남자에게 협박을 당한 일이었다. 그녀는 지금도 강도나 미친 사람에게 잡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남성적이고 싶어 하는 소녀가 강도나 미친 사람을 두려워하는 것이 기묘하게 생각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감정은 사실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녀의 목표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자기가 약하다는 감정이다. 그녀는 자기가 타인을 지배하여 종속시킬 수 있는 상황에 있고 싶어 하며 그 외의 다른 모든 상황은 배제해 버리고 싶어 한다. 강도나 미친 사람은 통제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녀는 그런 사람을 모두 말살해 버리고 싶어 한다.
그녀는 안이한 방법으로 남성적이기를 바라고 있으며 실패했을 때에는 자신을 위해서 참고로 해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여성적 역할에 대한 폭넓은 불만감에는 언제나 ‘나는 여성이라는 불리한 상황에 대해서 투쟁하고 있는 남성’이라는 긴장감이 동반되어 있다.
그녀의 꿈속에 이와 같은 감정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그녀는 귀여움을 받는 응석받이 아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주 외톨이가 되는 꿈을 꾸었다. 그녀의 꿈의 의미는 ‘나는 보살핌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 나를 외톨이로 놓아두는 것은 위험하다. 나쁜 사람이 나를 포위하고 나를 정복해 버릴지도 모른다’라는 뜻이다.
또 그녀는 지갑을 잃어버리는 꿈도 자주 꾸었다. ‘정신을 차려야만 해. 나는 무언가를 잃을 위험성이 있는 거야’라고 그녀는 여기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결코 어떤 것도 잃어버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 특히 타인을 지배하는 힘을 잃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생활 속의 한 가지 일, 즉 지갑을 잃어버리는 일을 골라서 그 전체를 대신하고 있다. 그녀는 지갑을 잃어버리지는 않지만 지갑을 잃어버리는 꿈을 꾼다.
감정은 잠을 깬 후에까지 남는다. 꿈이 감정을 창출해 냄으로써 어떻게 인생 방식을 강화하는지 보여 주는 또 다른 예가 있다. 다음의 꿈은 그녀의 태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있는 수영장에 갔습니다. 내가 거기 있는 사람들의 머리 위에 서 있는데 그중 어떤 사람이 정신을 차렸습니다. 나는 밑에 있는 누군가가 나를 향해 소리 지르는 것을 느꼈고 아래로 떨어질 것 같은 불안한 위험성을 느꼈습니다.”
만약 내가 조각가라면 그녀를, 사람들의 머리를 자기의 발판으로 삼고 서 있는 모습으로 조각할 것이다. 이것이 그녀의 인생 방식이다. 그런 상이 그녀가 불러일으키고 싶은 감정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기의 입장이 불안정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다른 사람들도 그녀의 위험을 깨달아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그녀가 그들의 머리 위에 계속 서 있을 수 있도록 보호하고 주의해야만 한다. 물속을 헤엄치고 있는 것은 안전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는 그녀의 생애 전체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녀는 ‘여자아이가 아닌 남자아이가 되는 것’을 자신의 목표로 정했다. 그녀는 대부분의 막내가 그렇듯이 매우 야심적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욱 우월해지기를 바랐으며, 그 점을 내보이고 싶어 했다. 그래서 언제나 패배의 공포에 쫓기고 있었다.
만약 우리가 그녀를 도우려 한다면 그녀를 여성적인 역할과 화해시켜서 남성에 대한 공포와 과대평가를 없애도록 해야 한다. 또한 동료들과 더불어 사이좋고 평등하게 지내는 길을 발견하도록 도와야 한다.
긴장감이 무조건적인 위험 요소는 아니다
꿈속에서 긴장감을 발견한다 해서 그 내용에 휘둘리며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꿈속에 드러난 자신의 걱정과 불안을 인식함으로써 극복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고 그들과 협동하여 무엇인가를 성취하는 일에 관심을 가짐으로써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있다면, 그가 언제나 협동적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
한 소녀가 열세 살 때 그녀의 동생이 사고로 죽었다. 그녀의 최초 기억은 이에 대한 일이었다.
“내 동생이 아직 갓난아기로 걸음마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 의자를 붙들고 일어서려 했는데 의자가 동생 위로 쓰러졌어요.”
여기에서 그녀가 외부 세계의 위험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녀의 꿈은 이런 내용이었다.
“내가 제일 먼저 꾼 꿈은 너무나 이상했어요. 나는 보이지 않는 함정이 있는 길을 따라 걷고 있었어요. 그곳을 걷다가 함정에 빠져 버렸는데 함정은 물로 꽉 차있었어요. 물의 촉감을 느끼고는 깜짝 놀라 뛰어올랐지만, 심장이 몹시 강하게 두근거렸어요.”
우리는 이 꿈이 소녀가 생각하는 만큼 이상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만약 꿈속의 소녀가 계속 스스로를 경계하려 한다면, 그녀는 이상하다는 생각을 멈추지 않게 될 것이다.
그녀는 꿈의 이유 역시 이해하지 못할 테지만 그 꿈은 소녀에게 ‘정신을 차리시오. 주위에는 당신이 모르는 여러 가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답니다’ 라고 알려 주고 있다.
하지만 이 꿈은 우리에게 그 이상을 시사해 준다. 떨어질 위험이 있다고 생각된다는 사실은 소녀가 다른 사람들보다 위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앞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소녀는 ‘나는 우월하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떨어지지 않도록 정신을 차리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말하고 있다.
최초의 기억과 어떤 꿈 사이에 똑같은 인생 방식이 적용되고 있는 특별한 사례를 한번 살펴보자. 한 소녀가 이런 기억을 이야기해 주었다.
“나는 한때 아파트가 세워지는 것을 보는 일에 매우 관심이 있었어요.”
이 말에서 우리는 그녀가 협동적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한 소녀가 집을 짓는 일에 협력하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지만 그 꿈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의 일에 참가하고 싶어 한다는 점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나는 작은 꼬마였어요. 굉장히 높은 창 옆에 서 있었죠. 창문의 유리가 매우 투명하게 닦여 있던 걸 어제 일처럼 기억하고 있어요.”
만약 소녀의 생각이 창문이 높다는 사실에 미쳤다면, 그녀는 마음속으로 높은 것과 낮은 것과의 대조를 생각했을 것임에 틀림없다. 소녀가 말하고 싶은 바는 ‘그 창은 높고 나는 작았다’는 점이다.
그녀의 키가 작다고 듣긴 했지만 놀랄 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그녀가 크기를 비교하는 데 어느 정도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바로 이 일로 비롯되었다. 그녀가 이 일을 매우 정확하게 기억한다고 말하는 것은 일종의 자만이다. 이번에는 그 소녀의 꿈 이야기를 들어 보자.
“몇 명의 사람들이 나와 함께 차에 타고 있었어요.”
소녀는 우리가 생각했던 대로 협동적이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한다.
“우리는 드라이브를 하다가 숲 앞에서 멈추었어요. 그 사람들은 대부분 나보다 컸어요.”
여기에서도 그녀는 크기의 차이를 의식하고 있다.
“도착한 뒤에 나는 간신히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었어요. 엘리베이터는 10피트 지하의 갱도로 내려갔어요. 만약 밖으로 나간다면 독가스가 가득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녀는 이제야 하나의 위험을 묘사해 보인다.
“우리들이 밖으로 나왔을 때는 모두 안전했어요.”
여기에서는 낙관적인 견해가 보인다. 만약 어떤 개인이 협동적이라면 그 사람은 언제나 용기백배한 낙천적인 성품을 갖는다.
“우리는 거기에 잠시 있다가 다시 올라와서 재빨리 차까지 달렸어요.”
나는 이 소녀가 언제나 협동적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 그런데 그녀는 자기의 키가 더 크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우리는 그녀의 꿈속에서 마치 그녀의 키가 크고 있는 듯한 약간의 긴장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녀는 다른 사람을 좋아하고 그들과 협동하여 무엇인가를 성취하는 일에 관심을 가짐으로써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