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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체 지각, color perception / 감각과 지각, 색의 중요성, 빛의 변환, 삼원색 이론 vs. 색채 지각의 대립 과정 이론, 파장 이상의

by Uzoob 2024.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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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 지각

color perception / 감각과 지각

 

• 2001년 11월: 외국인 4명과 ‘성남외국인노동자의 집’ 김해성 목사는 기술표준원장과 크레파스 제조업체 3곳을 상대로 크레파스 색상에서 특정 색을 살색이라고 표기하는 것은 차별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 제출
• 2002년 8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여 기술표준원에 한국산업규격 KS 개정을 권고
• 2002년 11월: 기술표준원은 이를 받아들여 살색을 연주황軟朱黃으로 변경
• 2004년 8월: 초등학생과 중학생 등 6명은 연주황이 어린이들은 쉽게 알 수 없는 표기로 이는 어린이들의 인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어린이들도 쉽게 알 수 있는 살구색으로 바꿔달라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 제출
• 2005년 5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여 기술표준원에 한국산업규격을 개정할 것을 권고. 기술표준원은 이를 받아들여 연주황을 살구색으로 변경
• 2009년 9월: 고등학생 5명은 신문사 10곳과 방송사 3곳 등이 기사에서 ‘살색’이란 용어를 사용해 피부색을 이유로 차별을 하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 제출
• 2010년 5월: 언론사와 대형마트를 비롯해 업체 18곳이 살색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겠다는 의견을 밝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살색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으나 공식적으로 살색이라는 표현은 2002년에 사망선고를 받았다. 이후 연주황을 거쳐 살구색으로 정착한 고故살색. 하지만 어린 시절, 한韓민족은 한一민족이며 백白의 민족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자란 사람들은 여전히 습관적으로 살색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100만 명이 넘는 외국인이 거주하는 다문화 사회이니 돌아가신 살색보다는 새로 태어난 살구색이라는 표현에 익숙해져야 할 때다.

색의 중요성

살색에 대한 일련의 변화를 보면 색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색 이름은 사람이 비교적 이른 시기에 습득하는 단어다. 사람들은 다양한 색을 통해 자신을 표현한다. 아침에 옷을 고를 때에도 색은 중요한 선택 기준이다. 군인이라면 모를까, 보온이나 보호 기능만을 염두에 두고 옷을 고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뿐만 아니라 색은 어떤 면에서 언어보다 효율적이고 보편적인 정보 전달자다. 신호등과 소방차의 빨간색은 위험과 경고, 스쿨버스의 노란색은 주의라는 뜻이다. 결혼식장의 흰색은 순결함과 거룩함, 상가喪家의 검은색은 슬픔을 뜻한다. 색이 인간에게 주는 의미는 다양하고 중요하며 풍부하다. 무채색인 세상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이처럼 색이 사람에게 중요하다면, 그 실체는 무엇일까? 색은 현실에 실제로 존재하는 대상의 속성인가, 아니면 정신 과정의 경험인가? 이 질문은 다소 엉뚱하게 보인다. 우리는 너무나 당연하게 색의 실재성을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색의 실체에 대한 논쟁은 아주 오래 되었다. 색에 대한 인식, 즉 색채 지각은 인식론의 중요한 주제였다. 철학자들은 색이 현실에 실재하는 것인지(객관주의), 아니면 우리의 정신세계에 존재하는 것인지(주관주의) 논쟁을 벌였다. 어떤 주제에 대해 논쟁하는 철학자들과 달리 연구를 통해 증명하려고 하는 심리학자들이 이 질문에 대해 무엇이라고 답하는지 살펴보자. 이를 위해서는 시각경험의 기제를 알아야 한다.

빛의 변환

모든 물체는 광원(光源, 태양이나 전구 등)에서 받은 빛 중 일부는 흡수하고 나머지는 반사하는데, 이 반사된 빛을 우리의 안구가 받아들여 시각 경험을 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물체를 직접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물체가 반사하는 빛을 보는 것이다. 빛 중에서도 가시광선 visible light이라고 불리는 400~700nm 범위의 파장만 볼 수 있다.
우리의 눈으로 들어온 빛은 안구 뒤쪽 벽인 망막retina에 존재하는 두 감광세포 원추체(추상체, cones)와 간상체 rods를 흥분시키고, 두 감광 세포는 뇌가 알아차릴 수 있는 전기적 신호(뉴런)로 변환시킨다. 변환된 정보는 뇌로 이동하고, 뇌는 물체의 모양형태와 색을 지각한다.
원추체와 간상체는 조명의 밝기에 따라서 다르게 흥분한다. 어두운 조명에서 활동하는 간상체를 통해 우리는 물체의 형태와 명암만을 지각한다. 반면에 밝은 조명에서 활동하는 원추체를 통해서는 물체의 형태와 색깔을 지각한다. 원추체는 반응하는 파장의 범위에 따라서 L-cone, M-cone, S-cone으로 구분된다. 장파장에 반응하는 L-cone은 붉은 계열, 중파장에 반응하는 M-cone은 초록 계열, 단 파장에 반응하는 S-cone은 파란 계열의 색깔 경험과 각각 연관이 있다. 

삼원색 이론 vs. 색채 지각의 대립 과정 이론

밝은 조명에서 활동해 색깔 경험을 일으키는 세포가 세 가지라면, 우리의 색채 지각도 세 가지의 무언가로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마치 세 가지 기본색(빨강, 노랑, 파랑)을 적절하게 배합하면 모든 색을 만들 수 있는 색 혼합color mixing 현상처럼 말이다.
18세기 과학자 영Thomas Young은 색 혼합 현상에 근거해 인간에게는 세 가지 기본색을 알아차릴 수 있는 기제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19세기 과학자 헬름홀츠 Hermann von Helmholtz는 이 이론을 정교하게 발전시켜 삼원색 이론 trichromatic theory을 정립했다.
하지만 삼원색 이론이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못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잔상현상 afterimage이다. 빨간색 정사각형을 1분 동안 정면으로 바라보다가 흰색 바탕으로 시선을 돌리면, 녹색 정사각형 형태를 잠시 동안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헤링 Ewald Hering은 우리의 시각이 빨강-초록, 파랑-노랑, 하양-검정처럼 서로 반대되는 색에 대해 반응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를 대립 과정 이론이라고 불렀다. 참고로 인간의 동기를 설명하는 대립 과정★ 이론도 있다. 이 둘을 구분하기 위해 헤링의 이론은 색채 지각의 대립과정 이론 opponent process theory of color vision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두 가지 이론 중 어느 것이 맞을까? 결론은 둘 다 맞다. 두 이론이 제안되었을 당시는 과학 기술의 한계로 인간의 시각 세포를 발견할 수 없었다. 영이나 헬름홀츠, 헤링은 지각★감각과 지각 현상에 근거해 하나의 가설을 세운 것이었다. 그렇지만 20세기 이후로 두 이론을 지지하는 생물학적 증거, 즉 시각 세포가 발견되었다. 우선 망막에서 앞에서 언급했던 세 가지 종류의 원추체를 발견했고, 망막 이후의 시각 경로에서는 대립 과정 이론을 지지하는 세포를 발견했다. 현재는 두 가지 이론을 절충해 인간의 색채 지각을 설명한다.

파장 이상의 색

우리의 색 경험을 유발하는 파장은 프리즘을 통해 무지개 색깔로 표현이 가능하다. 400~700nm의 순서대로 보라, 남색, 파랑, 초록, 노랑, 주황, 빨강이 된다. 만약 700nm의 파장만 우리의 눈에 들어온다면 L-cone이 흥분하고 우리는 붉은색을 경험한다. 다시 말해 파장 자체는 색이 없으며, 파장에 반응한 여러 세포들의 활동으로 우리가 색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결국 색은 길이나 무게 같은 대상의 속성이 아니라, 빛의 파장을 통해 감광세포와 여러 시각 관련 세포들이 정신 과정에서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를 입증하는 한 가지 현상이 색맹color blindness이다. 색맹은 선천적으로 원추체의 종류가 적기 때문에 특정 색을 지각하지 못하는 현상이다. 대상의 속성이라면 모두가 동일한 경험을 해야 하지만 적어도 색은 그렇지 않다. 일찍이 프리즘을 통해 빛의 스펙트럼을 발견한 뉴턴 Isaac Newton은 “빛의 파장에는 색이 없다”고 말했다.
물론 여전히 색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믿음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이들은 이렇게 주장하고 싶을 것이다. 파장 자체에는 색이 없지만 파장이 원추체를 통해 색 경험을 유발하니, 색이 실재한다고 해도 큰 무리가 없지 않느냐고. 하지만 이렇게 생각할 수 없는 결정적인 증거가 스펙트럼 외 색깔 extra-spectral colors이다. 파장이 직접 유발하지는 않지만, 즉 무지개 색에는 없지만 우리가 지각할 수 있는 색인 자주색 purple이 이에 해당한다.
중고등학교 미술교과서나 포토샵 같은 그래픽 프로그램에서 색환color circle을 볼 수 있다.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면서 빨주노초파남보의 무지개색이 순차적으로 연결된 원반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색환은 보라색에서 끝나지 않고 다시 빨간색으로 돌아오게 된다. 바로 이 부분, 보라색에서 빨간색으로 이어지는 부분에 자주색이 있다.
그런데 이 자주색은 빛의 스펙트럼에는 존재하지 않는 색이다. 이처럼 빛이 직접 유발하지 않는 색을 지각한다는 사실은, 색이란 현실세계가 아닌 정신세계가 만든 판타지 fantasy라는 증거다. 이런 점에서 자주색이 전통적으로 신화 myth나 판타지와 자주 연관되었다는 사실은 흥미롭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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