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의 확장
초기의 심리학적 접근들이 전체적으로 마음의 내용이나 기능, 법칙 등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면, 이후의 접근들은 좀 더 다양한 주제들을 대상으로 삼았다. 예를 들면, 행동주의자들은 관찰 가능한 행동을 통해 학습을 중심 주제로 연구하였고, 인본주의 심리학은 자유의지를 주요한 개념으로 강조했다. 인지주의자들은 사고의 과정을 중요하게 여겼으며, 생리심리학자들은 인간의 신경계와 뇌 등 생물학적인 수준에서 행동을 설명하고자 했고, 진화론적 접근을 취하는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행동을 진화론에 입각해서 설명하고자 했다.
행동주의
20세기 초에 등장한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은 심리학의 연구영역을 직접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행동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그들은 심리적인 사건이나 현상을 공식적으로 관찰가능하고 객관적으로 검증 가능한 행동에만 한정해야 한다고 보았다. 행동주의자들은 심리적인 것 중에서 행동으로 나타낼 수 있는 것은 존재하는 것이라고 가정한다. 또한 그들은 심리학이 과학이 되기 위해서는 행동으로 나타난 객관적인 자료에만 기초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한다. 이러한 입장에 따르면 의식 상태와 같은 것은 객관적 관찰이 불가능하므로 과학적으로 다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즉, 심리학의 이론이 유기체의 행동을 설명할 때 충동이나 기억 같은 관찰할 수 없는 심적 상태에 의존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기존의 구조주의나 기능주의, 정신분석적 접근은 참가자들이 보고한 내용에 의존했다. 문제는 그와 같은 자기보고가 신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연구자들이 제시한 결과만으로는 실제 마음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확실하게 입증하기 어렵다. John Watson은 과학은 모든 관찰자들에게 접근 가능하고 반복적으로 측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내성법은 이러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행동주의자들은 주로 실험을 하였으며, 쥐, 고양이, 개, 비둘기 등의 동물을 연구대상으로 학습 과정을 연구했다. 이 과정에서 행동주의는 행동을 ‘자극과 반응 모형(S-R 모형)’으로 설명했다. 즉 모든 반응은 선행하는 자극에 의한 것이라고 보고, 특정 행동에 선행하는 원인으로서 자극을 밝히고자 했다. 이 개념은 미국을 중심으로 여러 연구영역 특히 교육학에 큰 영향을 주었다. 그들은 ‘검증 가능한 것’을 강조하던 당시의 사회 분위기에 적합한 심리학 연구에 매진하였으며, 이것은 정신분석과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행동주의 심리학자들 중 Watson의 영향을 받은 Burrhus Skinner는 새로운 종류의 행동주의를 발달시켰다. 그는 동물들이 수동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목표물을 향해 능동적으로 행동한다고 보았다. 그는 ‘스키너 상자’라고 불리는 상자를 만들어, 쥐가 레버를 누르면 먹이통에 음식이 나오도록 했다. Skinner는 쥐를 이 상자 안에 넣고 그의 행동을 관찰했다. 그 결과 쥐는 주변을 돌다가 우연히 레버를 눌렀고 그다음 바로 먹이통에 떨어진 음식을 먹었다. 그다음, 쥐가 레버를 누르는 빈도는 크게 증가했으며 배가 고프지 않을 때까지 이와 같은 높은 비율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Skinner는 이러한 현상을 강화(reinforcement)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강화는 이후의 행동을 증가시키는 모든 것으로, Skinner는 강화 원리가 이후의 행동의 발생빈도를 결정한다고 보았다. 또 다른 한편, 그는 인간의 행동 결과를 평가하는 기준이 너무 차별적이라는 사회적 불만이 많아, 신분이나 빈부에 상관없이 똑같은 과정을 거치면 똑같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유토피아를 추구하고자 하였다. 훗날 그는 『Walden Two』라는 소설을 통해 그의 이상적인 사회를 언급하였다. 그는 이를 통해 사회적 평등을 이루고 싶은 자신의 소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은 특정 자극이 특정 행동을 유발하는 조건을 기술하는 많은 원리들을 개발했고, 이러한 원리들은 이후의 연구에서 많은 지지를 받았다. 또한 객관적이고 통제된 관찰을 강조한 행동주의의 전통은 오늘날에도 지속되어, 심리학자들은 정신적 과정에 대한 연구에서도 객관적 측정이라는 기준을 따르고 있다. 그러나 행동주의자들은 ‘검증 가능한 것’에 대한 지나친 집착 때문에, 심리학의 진정한 연구 대상이라 할 수 있는 심적, 내적 과정에 대한 탐구를 소홀히 했다. 그 결과 여러 가지 연구상의 어려움에 부딪히게 되었고, 결국 심리학의 흐름을 인본주의 심리학과 인지심리학 등 다른 분야에 내주게 되었다.
인본주의 심리학
인본주의적 접근은 1950년대 미국의 심리학자인 Abraham Maslow와 Carl Rogers가 인간은 자유의지가 있고 무의식적인 동기와 환경적 자극에 의해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라는 생각을 발전시키면서 등장하게 되었다. 인본주의 심리학은 정신분석적 접근과 행동주의적 접근에 대한 반발로 나타나 그들의 대안을 제시해 주었기 때문에 심리학에서 ‘제 3의 세력’이라고 부른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Freud는 인간의 의식과 행동의 근원을 무의식적 성적 충동과 망각된 아동기의 기억에서 찾았다. 또한 행동주의자들은 인간을 자극에 의해 지배를 받는 존재로 보았으며 내면적인 측면을 경시했다. 이와 같은 입장은 인간 본성과 잠재력에 대하여 낙관적인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에게는 받아들이기 매우 어려운 입장이다.
인본주의적 접근은 인간의 긍정적인 잠재력을 강조하는 접근이다. 인본주의 심리학자들은 인간을 먼 과거의 사건에 의해 지배를 받는 수동적이고 결정된 존재가 아니라, 발달하고 성장하며 최고의 잠재력에 도달하려는 선천적 욕구를 가진 자유롭고 능동적 행위자로 보았다. Maslow는 처음에는 Skinner를 잇는 행동주의 심리학자였으나, 후에 관찰가능한 행동과 환경의 영향에 대해서만 초점을 두는 것을 거부했다. 대신에 인간의 자연적인 본성인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하고자 하는 즉, 자기실현에 대한 욕구를 강조하였다.
Maslow의 견해는 Rogers에 의해 계승되었다. 인간의 자유의지와 자기실현에 대한 욕구를 추구하는 것을 강조하는 입장에 근거해서, Rogers는 내담자 중심 치료라는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하였다. 그는 환자 대신 내담자라는 용어를 사용하였으며 내담자를 치료자와 동등한 입장에서 보았다. 비록 내담자 중심 치료는 충분한 과학적 기반을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이러한 입장은 심리치료 분야의 변화에 주요한 원동력이 되었다. 또한 인본주의 심리학은 사랑, 이타성, 건강한 인격의 발전과 인간 경험의 긍정적인 면에 대한 연구를 진전시키는 데 큰 공헌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