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연구 방법
심리학에서 사용하는 연구 방법은 연구의 목적이나 특성 혹은 조건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그래서 특정 연구에서 가장 적합한 연구 방법을 사용하여 사건들의 특성을 기술하고 그들 간의 관계를 밝혀 정돈된 지식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연구 방법을 크게 양적 방법과 질적 방법으로 나눌 수 있다. 이때 양적 방법은 자료를 숫자로 나타낼 수 있는 방법으로, 실험법, 상관연구법, 사회조사법 등이 포함된다. 반면 질적 방법은 자료를 숫자로 양화 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사례 연구 등이 포함된다. 인간 행동을 연구할 때 양적 방법과 질적 방법 중 어느 한 방법을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과학자로서 우리가 취해야 할 합리적이면서 타당한 입장은 우리의 연구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하다면 어떤 연구 설계라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심리학자들의 연구방법에 대한 일반적인 입장이다. 이러한 연구방법을 그 특성에 따라 여러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사건이나 상황이 현재 어떤 상태인지를 알려주는 기술적 방법, 사건들 간의 관계를 밝혀주는 상관 연구, 사건들 간의 인과관계를 밝혀주는 실험법이 있을 수 있다. 본 절에서는 이러한 방법들을 알아본다.
기술적 방법
기술적 방법은 어떤 행동이 어느 정도의 양과 빈도로 발생하는지를 나타내기도 하고, 지금의 현재 상태를 글의 형태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러한 기술 연구는 심리학 연구에서 가장 기초적인 연구로 이후의 연구를 수행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기술 연구의 절차들은 이후의 좀 더 체계적이거나 통제된 연구를 이끌어주는 데이터베이스로서의 역할을 제공한다(Miller & Eisler, 1977). 행동의 기술은 설명을 위해 필요한 첫 단계이며 일반적으로 실험 연구에 선행하기도 한다. 또한, 여기에는 자연 관찰(naturalistic observation)이나 사례 연구(case study), 설문조사(survey) 등이 있다.
자연 관찰
관찰한다는 것은 어떤 대상이나 사건의 속성을 파악하기 위해 우리의 오감을 직접적으로 이용해서 정보를 수집한다는 것이다. 자연 관찰은 관찰하고자 하는 속성을 정하고 그 속성을 체계적으로 보고 파악해서 측정하는 방법이다. 자연 관찰은 심리학자가 연구하려는 행동이 인위적인 실험실 상황에서는 변질될 가능성이 있을 때에도 사용할 수 있다. 이때 그 속성을 조작적 정의를 통해서 측정할 필요가 있다. 조작적 정의는 어떤 속성을 구체적이고 측정할 수 있는 조건이나 행동으로 기술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한 연구자가 사람들의 공격성을 관찰하고자 할 때, 그러한 공격성을 보여주는 행동이나 조건을 구체적으로 규정해 놓는 것이다.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관찰이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면 Stoffer, Davis, 그리고 Brown(1977)은 대학생들이 객관식 문제에서 선택한 답지를 다시 생각해서 고치는 것이 유리한지를 알아보았다. 일반적인 생각은 처음에 선택한 답지를 유지하는 것이 고치는 것보다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대학생들이 한 심리학 과목에서 제출한 답지를 검토하여 지우개로 고친 문제 그리고 고치기 전과 후의 답지가 정답인지 오답인지를 검토했다. 그 결과, 오답에서 정답으로 고친 비율이 정답에서 오답으로 고친 비율보다 거의 3배에 해당했다. 이처럼 심리학자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실을 밝히는 것이고 그 첫 번째 단계는 무엇이 발생하고 있는지를 객관적이고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이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이후의 과정이 아무리 완벽하다 하더라고 그렇게 나온 결과는 사실과는 거리가 멀어 일정 부분 왜곡될 수밖에 없다.
관찰을 객관적으로 타당하게 하는 것은 여러 이유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니다. 예를 들면, 누가 관찰을 하느냐가 관찰의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왜냐하면 동일한 대상도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툭 치고 가는 행위를 어떤 사람은 공격적인 행동이라고 하는 반면, 다른 사람은 친근함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혹은 교통사고를 보고 어떤 사람은 두 차가 모두 과속을 했다고 지각한 반면, 다른 사람들은 한 쪽 차가 과속해서 정상적으로 달리던 다른 차를 덮쳤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처럼 관찰에는 관찰자의 주관이 개입될 가능성이 크고, 관찰자의 의견이나 기대 등이 반영되어 객관적인 결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관찰자는 이러한 오류를 피하기 위하여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기록하는 훈련을 받을 필요가 있다(Becker & Geer, 2003).
자연 관찰은 인위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연구자가 알아보고자 하는 현상 자체를 보고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한계점이 있다. 예를 들면, 우리가 관심이 있는 어떤 행동은 자주 발생하지 않아 관찰하기가 어렵다. 가령,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행동은 은밀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평소에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자연적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관찰은 일회적으로 발생하는 사건이기 때문에, 이를 기초로 일반적인 진술을 하기는 어렵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관찰자 편향도 자연 관찰의 제한점이 될 수 있다. 말하자면 관찰자는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볼 수 있고,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다른 행동도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외에도 자연 관찰은 외적인 행동을 보여줄 뿐이지, 왜 그러한 행동이 발생했는지 그 원인이나 이유를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사례 연구
사례 연구는 개별 참가자에 대하여 심층적인 조사를 하는 연구 방법이다. 어떤 연구에 적합한 대상자가 소수일 때, 특히 일상적으로는 발생하지 않는 특별한 경우를 연구할 때 적합하다. 사례 연구는 실생활에서 벌어지는 현재의 현상을 조사할 수도 있고, 과거의 사건이나 경험을 회고적으로 할 수도 있다. 특히 조사하고자 하는 현상과 상황 조건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을 때 유용한 방법으로, 예시를 통해 상황을 기술하거나 복잡한 현실세계를 설명하는 것이 가능하다. 현상에 대한 다수의 변수를 다룰 수 있고, 다양한 원천으로부터 증거를 수집하고 그 증거들을 수렴해 새로운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사례 연구가 심리학자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연구의 가치가 결코 낮다고 볼 수는 없다. 예를 들면, Jean Piaget는 자기 자녀 몇 명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그 결과를 기초로 인지발달이론을 개발하였다.
사례 연구는 여러 심리학 분야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연구 방법 중의 하나이다. 예를 들면, 많은 신경심리학자들은 뇌손상을 당한 사람이 그 후 어떤 능력에서 결함을 보이는지를 추적함으로써, 특정 뇌 부위가 담당하는 기능을 파악한다. 임상심리학자들도 사례 연구를 통해 이상심리를 연구해 왔다. 가령 Freud의 정신분석 이론은 신경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사례 연구한 결과에 기초한 것이다. 인지심리학자들도 기억에 특별한 재능을 가진 몇몇 사람들을 연구하여 기억술을 연구하기도 한다(Wilson & Ross, 2003).
사례 연구는 후속 연구에서 검증할 좀 더 체계적인 연구 문제를 제안해 줄 수도 있고, 향후에 일어날 일을 미리 보여줄 수도 있다. 그러나 특정 사례가 전체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사례를 연구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매우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사례에 따라 잘못된 판단이나 편향된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예를 들면, 실질적으로는 매우 드문 어떤 사건도 극적으로 각색되어 언론에 보도되면, 사람들은 그 사건의 빈도를 과장해서 지각하게 된다. 그래서 단일 사례의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다수의 사례를 연구하면, 사례들 사이에 존재할 수 있는 비일관성을 파악할 수 있고 그래서 좀 더 보편적인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처럼 단일 사례가 가지는 한계점에 주의하거나 보완할 경우, 우리는 사례 연구를 통해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치료나 훈련 프로그램의 효과를 효율적으로 검증할 수 있다.
설문조사. 설문조사는 다수의 참가자들에게 그들의 신념, 태도, 선호나 활동을 묻는 질문지를 이용한 연구이다. 설문조사는 많은 자료를 저비용으로 공정하고 빠르게 수집하는 데 효율적이다. 그래서 실험을 주로 하는 심리학 분야에서는 설문조사를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사람들의 성격이나 사회적 상호작용을 포함해서 매우 다양한 주제를 연구하는 데 사용되어 왔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치적인 성향이나 지지하는 정당 등 정치적 태도가 출신지역에 따라 다른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설문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 설문조사를 위해서는 알아보고자 하는 측면들을 제대로 반영한 질문들을 구성하고 적합한 대상자들을 선정해야 한다. 이러한 설문조사는 연구문제를 만들거나 검증하는 데에도 사용할 수 있다(Alreck & Settle, 1994).
설문조사의 핵심적인 논쟁은 조사하는 대상자들의 선정과 관련이 있다. 연구자는 전체 연구대상자 중에서 일부 즉 표본을 선정하여 그들에게 설문을 실시한다. 이때 표본이 전체 연구대상자를 대표할 때, 여기에서 나온 결과가 연구대상자 전체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한다. 따라서 설문조사가 타당하기 위해서는 조사에 응한 표본이 전체의 특성을 잘 나타낼 수 있도록 대표성을 가져야 한다. 두 번째 논쟁은 조사대상자들이 설문조사에 얼마나 정직하게 반응하는가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바람직하지 않거나 마음에 거슬리는 질문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않거나 정직하게 답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요약하면, 설문조사법은 익명을 보장하는 연구, 선호도 등의 조사에 유리하지만, 타당도를 위한 표본의 대표성 확보, 자료 분석 및 해석 시 오류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상관 연구(correlational research)
우리가 관찰하는 대상의 속성들은 서로 관련되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키가 큰 사람일수록 몸무게가 더 나갈 수 있고, 자기중심성이 낮은 사람일수록 친사회적 행동을 더 많이 할 수 있다. 그러나 몸무게가 많거나 적은 사람일수록 친사회적 행동을 더 많이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때 키, 몸무게, 자기 중심성, 친사회적 행동과 같은 속성을 모두 변인(variables)이라고 한다. 이때 변인이란 개인 간에 혹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값이 변할 수 있는 속성을 말한다. 위의 사례에서처럼 한 변인의 값이 변하면 그에 따라 다른 변인의 값이 변할 때 이 두 변인이 상관(correlation) 관계에 있는 것이다. 이처럼 상관은 한 변인의 변화가 다른 변인의 변화를 수반하는 관계를 의미하면서, 동시에 한 변인에서 변화의 정도가 다른 변인에서 그만큼의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검증한다(Hemphill, 2003).
상관의 크기는 보통 r로 표기하는 상관계수라는 통계치로 나타내며 –1에서부터 1까지의 수로 나타낸다. r의 절대값이 0에 가까울수록 두 변인 간에는 상관관계가 없고 그 값이 1에 가까울수록 상관관계가 높다고 해석한다. 또한 상관에는 정적 상관과 부적 상관이 있다.
상관 연구는 몇몇 장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상관은 한 변인의 점수를 알면 다른 변인의 점수를 알 수 있도록 예측할 수 있게 해 준다. 키와 몸무게의 정적 상관은 큰 키의 사람이 작은 키의 사람보다 몸무게가 더 나갈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하게 해 준다. 또한 상관 연구는 실험적 절차를 통해 검증할 수 없는 질문들을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예를 들면, 정신병리 환자의 매력과 적응 간의 관계를 연구하고자 할 때, Farina 등(1986)은 환자의 매력을 실험적으로 조작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상관 연구를 통해 매력과 적응 간에 관련성이 있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외에도 학술적으로나 실용적으로 밝힐 필요는 있으나 윤리적인 이유로 사람들에게 실험적 처치를 할 수 없는 변인들을 연구할 때 상관 연구는 유용하다. 이처럼 상관 연구는 심리학자들이 연구할 수 있는 현상의 범위를 넓혀주고 있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상관관계는 원인과 결과를 분리해 낼 수 없기 때문에, 두 변인이 인과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결정적으로 입증하지는 못한다. 키가 크기 때문에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것은 아닐 수 있는데, 몸무게가 많이 나가면 키가 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령 충분한 영양섭취라는 변인이 키와 몸무게의 증가를 가져옴으로써 이 두 변인 간에 정적 상관이 있을 수 있다. 결국 문제는 핵심은 상관이 인관관계를 확인해 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실험법(experimental method)
심리학자들이 검증하고자 하는 많은 연구 문제는 특정 현상의 원인을 규명하는것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다. 임상심리학자들은 우울증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밝히고자 하고, 발달심리학자들은 아이들의 폭력적인 TV 프로그램 시청이 공격정을 증가시키는지를 밝히고자 한다. 또한 건강심리학자들은 체온이 혈관수축에 미치는 영향과 관심이 있을 수 있다. 이처럼 원인과 결과에 대한 질문에 응답하기 위해 심리학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법이 실험법이다. 이러한 실험법은 심리학의 연구 방법 중 가장 대표적인 방법으로 심리학을 과학적 학문으로 만드는 데 가장 크게 기여했다.
예를 들어, 수면이 기억력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으로 검증하기 위해서는 실험자는 참가자들의 수면 시간을 달리한 다음, 수면시간의 정도에 따라 그들의 기억력이 달라지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 수면 시간처럼 실험자가 의도적으로 변화시키는 변인을 독립변인(independent variable)이라고 한다. 즉, 독립변인은 이 변인이 다른 변인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서 실험자가 처치한 조건이나 사건이다. 수면 시간의 정도처럼 독립변인의 수준을 둘 이상으로 선택해서 조작하는 일은 실험자의 몫이며, 참가자나 독립변인의 수준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길은 아무것도 없다.
한편, 종속변인(dependent variable)은 위 사례의 기억력처럼 독립변인의 조작에 의해 영향을 받는 변인을 일컫는다. 연구자는 실험을 통해 어떤 요인이 특정 결과를 야기했는지 즉, 독립변인의 변화로 인해 종속변인에서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를 검증하고자 한다(Cook&Campbell,1979).
실험에서 연구자가 조작한 독립변인 외에도 조작하지 않는 다른 변인들이 종속변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면, 기억력에는 수면 이외에도 참가자들의 불안 수준이나 연령과 같은 변인들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변인들을 오염변인 혹은 가외변인(confounding variable)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한 연구자가 수면을 발탁한 한 집단만을 대상으로 연구해서 그들의 기억력이 저조한 것을 발견했다면, 이 집단의 낮은 기억력이 오직 수면의 박탈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그들의 불안수준이 특별히 더 높을 수도 있고, 그들의 나이가 실험에 참가하지 않은 사람들과 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참가자들의 기억력 저하가 오로지 수면의 박탈 때문이라고 확실하게 결론을 내릴 수 있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오염변인을 통제해야 한다. 이렇게 통제된 변인들을 통제변인(control variable)이라고 한다. 그러나 독립변인을 제외한 다른 모든 변인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많은 유전 및 환경적 조건을 통제하는 것도 불가능할뿐더러, 인간 참가자들에게 비도덕적인 행동을 강요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오염변인을 통제하는 한 가지 밤법이 통제집단(control group)을 이용하는 것이다. 실험집단(experimental group)은 실험에서 정한 처리를 온전히 다 받는 집단인 반면, 통제집단은 연구에서 초점을 두고 있는 변인을 제외하고는 나며지 모든 측면에서 실험집단과 동일한 집단을 지칭한다. 위의 수면과 기억력 실험에서 실험집단은 잠을 자지 않은 집단이고 통제집단은 수면을 취한 집단이다.
이때 통제집단이 수면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조건에서는 실험집단과 동일할 때 가장 이상적이다. 그래서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통상적으로 실험을 계획할 떄 참가자들은 독립변인의 각 조건에 무선적으로 할당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즉 무선할당(random assignment)이란 참가자들을 실험집단과 통제집단에 임의적으로 배정함으로써 두 집단을 구성할 때 편향이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실험은 오염변인 이외에도 우리가 조심하지 않을 때 매우 많은 방식으로 잘못될 수가 있다. 먼저, 실험의 결과를 잘못 지각하는 실험자 편향(experimenter bias)이 있을 수 있다. 가령, 한 연구자가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보다 더 창조적이라는 자신의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참가자들의 행동을 관찰할 때, 이 연구자는 자신의 가설을 지지하기 위해 동일한 행동도 왼손잡이가 한 경우에 더 창조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참가자들도 실험의 결과에 편향을 초래할 수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실험에 참가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실험의 목적이나 실험자가 기대하는 결과를 알게 되면, 그러한 인식에 따라 일정 방향으로 행동함으로써 실험의 결과를 편향되게 할 수 있다. 이것을 요구특성(demand characteristics)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편향을 통제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주로 이중맹목기법(double-blind technique)을 사용한다. 이것은 참가자가 실험집단과 통제집단 중 어느 집단에 할당되었는지를 참가자 자신은 물론 실험자도 모르게 하는 것이다(Martin,2007).
실험법의 장점은 인과관계를 파악할 수 있으며, 오염변인 통제가 용이하다는 점이다. 또 정확한 측정이 가능하여 이론 검증이 가능하다는 것도 실험법의 장점이다. 반면, 실험법의 단점은 실험장면에서 나온 결과를 다른 현실적인 장면으로 일반화시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즉, 실험법이 심리학의 대표적인 연구방법이라는 것은 틀림없지만, 실험법은 인위적인 장면에서 연구하기 때문에 현실과는 다소 거리가 먼 연구결과를 낼 수 있다. 또한 실험법은 항상 언제 어디서나 가능한 방법은 아니며, 복잡한 행동은 측정이 불가능할 수도 있고, 탐색적 연구가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실험 연구에는 실험실에서 이루어지는 연구와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준실험(quasi-experiment) 연구가 있다. 실험실 연구는 말 그대로 실험을 위하여 인위적으로 만든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연구이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평소에 생활하는 익숙한 곳이 아니라 실험을 위해 장비가 갖추어진 실험실에서 연구자의 통제를 받으면서 실험에 참가한다. 실험실 연구의 가장 큰 장점은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참가자를 무선할당하고 실험실을 적절하게 통제한다면, 연구자는 오염변인의 효과를 최소화하면서 보다 분명한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실험실 연구는 실험의 내적 타당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내적 타당도는 종속변인에서 관찰한 효과가 실제로 연구자가 실험에서 조작한 독립변인에 기인한 것이라는 근거가 확실할수록 더 높아진다(Shadish, Cook,&Campbell,2002).
그러나 실세계와는 다를 수 있는 실험실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심리학자들은 현장에서 준실험 연구를 발전시켜 왔다. 준실험은 전형적인 실험실 실험과는 달리 실험자가 직접적으로 변인들을 조작하지 못하는 실험적 상황을 가리킨다(Reichardt&Mark,1998). 그래서 준실험 연구애 서는 참가자들의 무선 할당, 독립변인의 순수한 조작, 혹은 종속변인의 순수한 측정이 어렵기 때문에, 연구자는 조건 간 구체적 차이를 제공하는 환경을 찾거나 만들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실험 연구는 보다 더 현실적이기 때문에 그 연구로부터 나온 결과를 실제 삶에 바로 일반화할 수 있는 외적 타당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준실험 연구는 실험실 연구에서 다르지 못하는 매우 강력한 변인이나 상황을 다룰 수 있다. 가령 911 테러나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직접 경험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개인적 통제감 지각에 대한 실험을 수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