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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대상관계 이론, 대상 영속성, 데자뷔)

by Uzoob 2024.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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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관계 이론

 

반복되는 대인관계의 원인은 마음속 대상관계
object relation theory / 상담과 심리치료
 후기 정신분석의 대표라 할 수 있는 대상관계 이론은 프로이트의 고전적 정신분석과 이론상으로 적지 않은 차이가 존재한다. 만약 프로이트가 살아있었다면 분석심리학의 융이나 개인심리학의 아들러를 내친 것처럼 대상관계 이론을 주장하는 이들도 내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프로이트는 자신의 이론에 조금이라도 반대한 사람들을 용납하지 않았다. 하지만 후기 정신분석 이론들은 정신분석의 마스터가 죽은 이후에 등장했기 때문에 정신분석에서 내쳐지지 않았고, 여전히 큰 틀에서 정신분석으로 분류된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상관계 이론은 관계적인 측면에서 무의식과 역동을 다룬다. 프로이트가 정신분석을 확립했던 초기에 사람들은 신경증(신경증과 정신증)을 주로 호소했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성격이나 대인관계 interpersonal relation 문제를 주로 호소했다.
이런 면에서 대상관계 이론은 시대적 요청에 부응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대상관계 이론가들은 프로이트의 여러 개념을 재해석했다. 대표적인 것이 추동이다. 이들은 추동이 성적이거나 공격적인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상을 찾기 위해 발생한다고 본다.
사실 프로이트는 관계적인 측면을 등한시했다. 비록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심리성적 발달)를 통해 어머니와 아이의 상호관계를 언급하긴 했으나 그의 주된 관심은 한 개인의 추동과 이에 수반되는 정신적 에너지인 리비도였다. 반면에 대상관계 이론가들은 관계의 문제에 집중하면서 프로이트가 언급하지 않았던 새로운 심리 내적 구조물인 대상관계를 가정한다.
대상관계란 세 가지로 구성된다. 자신과 대상이 누구인지에 대한
① 자기 표상self representation(자기과) ② 대상 표상 object representation, 그리고 이 둘을 연결하는 ③ 정서적 관계다. 여기서 말하는 대상이란 넓게는 세상, 좁게는 사람을 지칭한다. 우리의 마음(무의식)에 존재하는 대상관계는 우리가 현실에서 만들어가는 대인관계의 기본 틀이다. 만약 어떤 사람에게 계속 반복되는 대인관계 패턴이 있다면, 그 이유는 대상관계 때문이다. 우리의 인간관계는 현실에서 드러나는 대상관계일 뿐이다.
이러한 대상관계는 어린 시절에 중요한 타자significant other와의 관계에서 만들어진다. 보통 중요한 타자란 자신을 낳아준 엄마(양육자)가 된다. 아이는 엄마를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세상은 어떤 곳인지, 그리고 자신과 세상의 관계는 무엇인지 알아가게 된다. 이것은 성인이 되어도 우리의 무의식에 남아 있기 때문에 대인관계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
대상관계는 피상적이거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관계가 아닌, 가족이나 연인, 부부관계처럼 아주 친밀한 사이에서 드러난다. 대상관계 이론을 조금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가상인물인 ‘그녀’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외로움에 취약한 그녀는 끊임없이 남자 친구를 사귀고 있다. 공백기 없이 남자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이유는 수려한 외모 때문이다. 그녀의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남자들은 언제나 많다. 마음만 먹으면 남자 친구를 만들 수 있지만, 그녀의 문제는 남자 친구와 관계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애 초반에는 별 다른 문제가 없지만, 남자 친구가 점점 좋아지게 되면 그녀는 불안을 느낀다. 남자 친구가 자신을 좋아하거나 사랑한다고 이야기해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남자친구를 시험한다. 무리한 부탁을 하기도 하고, 상처가 될 말을 퍼붓기도 한다. 남자 친구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면 그녀는 남자 친구의 사랑이 식었다고 판단해 이별을 통보한다.
남자 친구가 잘해보자면서 노력하겠다고 하면, 그녀는 더 큰 시험을 한다. 행여나 남자 친구가 시험을 통과해도 소용이 없다. 그녀는 남자 친구의 사랑을 확인해 줄 더 큰 시험거리를 찾기 때문이다. 웬만한 남자들은 견디지 못했고, 그녀는 이별의 슬픔으로 괴로워할 틈도 없이 이내 다른 남자와 교제를 시작한다.
 이 여성에게 ① 자기는 타인의 사랑이 없이 온전하지 못한 존재이며, ② 대상은 자신에게 사랑을 주지 않거나 언제 떠날지 모르는 믿을 수 없는 존재다. 이러한 상황에서 ③ 자기는 대상의 사랑을 확인하고자 하지만 그것을 얻지 못하면 대상을 거부해 버리는 관계를 맺고 있다.
대상관계 이론가들은 이처럼 역기능적인 대상관계가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에서 시작되었다고 주장한다. 이런 면에서 발달심리학의 애착과 관련이 있다. 아마도 이 여성의 부모는 너무 바쁘거나 혹은 부모 자신의 심리적 문제로 자녀에게 충분한 사랑을 주지 못했을 수 있다. 이럴 경우 아이는 부정적인 자기 표상을 가지게 되어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애정과 사랑을 받고자 한다. 하지만 누군가 자신을 좋아하면 이내 불안해진다. 왜냐하면 무의식적으로 자신은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끊임없이 상대를 시험한다.

대상관계 이론의 주요한 가정은 대상관계가 현실의 대인관계에서 계속 반복된다는 것이다. 건강한 대상관계를 가진 사람이야 크게 문제될 것이 없지만, 이 여성과 같은 대상관계를 가진 사람들은 자신과 타인을 모두 계속 힘들게 한다.
이처럼 역기능적인 대상관계를 반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대상관계 이론가들의 답변은 역설적이고 의미심장하다. 바로 자신의 역기능적 대상관계에서 벗어나 새롭고 건강한 대상관계를 갖고 싶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이것은 무의식적인 소망이므로 정작 본인은 그 이유를 잘 모를 수도 있다. 반복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반복한다니 쉽게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성공하기 위해서 계속 도전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도전의 결과는 언제나 실패지만 정작 실패를 끝내기 위해 도전을 멈추지 않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얼마나 많은가!
고시 합격이나 높은 산을 등정하는 도전이라면 혼자서 고군분투해도 언젠가는 실패의 악순환을 끊어버릴 수 있다. 하지만 관계의 문제는 혼자서 아무리 노력하고 애쓴다고 해도 되지 않는다.
역기능적인 대상관계를 건강한 것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상담자(상담심리학)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내담자가 상담자를 자신의 대상으로 삼아 관계를 연습해야 한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역기능적인 패턴이 반복되는 것, 즉 전이에 휘말리지 않고, 새롭고 건강한 방식으로 내담자를 대해주어야 내담자의 대상관계가 변한다. 이런 면에서 상담자는 양육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상담자가 불안과 분노, 고통과 슬픔에 빠져 있는 내담자에게 위로와 사랑을 주고, 힘든 시간을 견디고 버텨줄 때, 내담자는 관계의 재경험을 통해 자신의 대상관계를 수정할 수 있다.

 

대상 영속성
 

영아는 까꿍놀이, 성인은 마술에 열광하는 이유
object permanence / 발달심리학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방석 밑에 숨기면 6개월 정도 된 영아는 매우 당황한다. 잠시 후 방석을 치워서 장난감을 보여주면 영아들은 매우 신기해하고 즐거워한다. 영아의 입장에서는 장난감이 갑자기 ‘뿅’ 하고 사라졌다가 ‘짠’ 하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장난감을 활용한 이 간단한 실험으로 영아가 대상 영속성을 획득했는지 알 수 있다. 대상 영속성이란 피아제의 인지 발달 단계 중에서 첫 단계인 감각운동기에 획득하는 인지 능력으로, 시야에서 사라진 대상도 여전히 존재(영속)함을 아는 것이다. 대상 영속성은 대략 8~12개월 사이에 획득하며, 이는 영아가 대상에 대한 도식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다. 위의 실험과 비슷한 까꿍놀이 peekaboo로도 영아가 대상 영속성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성인을 대상으로 까꿍놀이를 해보라. 물론 그 사람도 영아처럼 웃겠지만 그 웃음은 황당함의 의미일 것이다. 대상 영속성을 획득한 이들은 까꿍놀이를 더이상 신기해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성인도 대상 영속성을 정말 가지고 있는지 의심이 들기도 한다. 영아가 까꿍놀이라는 속임수를 보면서 놀라고 즐거워하듯이 성인도 마술이라는 눈속임을 보면서 놀라고 즐거워하지 않는가! 마술사들은 실제로 유에서 무를,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마술사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들은 매우 빠른 손동작과 여러 장치로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고 속일 뿐이다. 그럼에도 비어 있던 모자에서 갑자기 나오는 토끼를 보고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손으로 가려진 얼굴이 갑자기 다시 나타났을 때 즐거워하는 영아의 모습과 매우 비슷하다.

 

데자뷔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의 이유는 전생이나 꿈이 아닌 마음
deja vu / 인지심리학
 기시감旣視感이라고도 하는 데자뷔는 프랑스의 철학자 보아락Emile Boirac이 자신의 책에서 처음 사용한 말로, 이미 deja 보았다 vu는 뜻이다. 사람들은 기시감을 기억착오 paramnesia와 혼동하기도 하지만 이 둘은 전혀 다른 것이다. 기억착오는 과거에 없었던 일을 마치 있었던 것처럼 기억하거나 사실과 다르게 왜곡해 기억하는 것이지만, 데자뷔는 분명 와본 적도 없고 경험한 적도 없는 장면을 분명 어디서 본 것 같은 갑작스럽고 강렬한 느낌이다.
조사에 따르면 대략 60% 정도의 사람들이 20세를 전후로 데자뷔를 경험하기 시작하고 나이가 들수록 경험의 빈도가 줄어든다고 한다. 또한 수입이 높은 사람들,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들, 여행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상상하기를 좋아하거나 꿈을 잘 꾸는 사람들이 데자뷔를 많이 경험한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런 일이 생기면, 거의 대부분이 전생에서 본 것이거나 꿈에서 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뿐만 아니라 최면에서 본 경험도 전생이라고 너무나 쉽게 믿는다. 우리나라 문화에서 전생이나 꿈이 차지하는 위치를 보여주고 있다. 그럼 심리학에서는 데자뷔를 어떻게 설명할까?
첫째로 우리 눈의 구조 때문에 데자뷔 현상이 생긴다고 말한다. 우리의 두 눈은 대략 6cm깊이 지각 정도 떨어져 있기 때문에 고개를 돌려서 어떤 장면을 볼 때 왼쪽 눈과 오른쪽 눈에 들어가는 시각 정보에 시간차가 생긴다. 시간차가 0.025초보다 클 때 우리 뇌는 데자뷔의 느낌을 갖는다. 다시 말해 왼쪽 눈으로 들어온 정보(과거의 정보)와 오른쪽 눈으로 들어온 정보(현재의 정보)가 뇌에서 만나게 되어 일종의 착각을 경험하는 것이다.

둘째로 데자뷔가 암묵 기억 때문에 발생한다는 주장도 있다. 자신이 과거에 어디선가 본 장면이 암묵 기억에 저장이 되어 있기 때문에 그와 동일하거나 비슷한 장면을 보았을 때 그런 느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어떤 이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난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곳에 가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요!” 현대 문명사회는 복제의 천국이다. 정확히 그 장면은 아닐지라도 그와 비슷한 장면을 보았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마지막으로 뇌의 관점에서도 설명이 가능하다. 1997년에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가브리엘리 John Gabrieli는 해마옆이랑 parahippocampal gyrus이라는 부위가 어떤 장면과 대상의 친숙성을 판단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해마옆이랑은 대뇌피질의 측두엽 안쪽 medial temporal lobe에 위치하고 있으며, 더 안쪽에는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기억상실증)가 있다. 일반적으로는 해마옆이랑은 과거와 동일한 경험을 했을 때 흥분하지만 때로는 갑작스럽게 흥분해 친숙함을 느끼게 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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