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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라포, 로샤검사, 로저스)

by Uzoob 2024.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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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

 

상담의 성패는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에 달려 있다.
rapport / 상담과 심리치료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의미하는 라포는 상담에서 가장 중요한 열쇠다. 라포가 형성되었다면 내담자는 상담자에게 자신의 마음을 숨기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상담자에 대한 사소한 감정과 생각까지도 표현할 수 있다. 당연히 상담자는 내담자를 온전하게 도와줄 수 있게 된다. 간혹 상담 과정에서 저항이 생겨도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현대인들이 겪는 심리적인 문제는 대인관계에서 기인한 경우가 많고, 대인관계의 문제는 신뢰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자신이나 상대, 혹은 둘 다를 신뢰하지 못할 때 대인관계는 어려워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내담자가 상담자를 신뢰하는 경험, 그리고 상담자의 신뢰를 받는 경험은 내담자의 성장과 변화에 매우 중요하다.
라포가 상담의 중요한 치료적 요인으로 부각된 것은 로저스의 인간중심 치료 덕분이다. 고전적 정신분석에서 상담자는 내담자의 전이를 유발하기 위해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원칙이 있었다. 상담자의 중립성은 내담자에게 권위로 인식되기도 했다. 하지만 인간과 인간의 만남을 중요시했던 로저스는 신뢰할 수 있는 관계의 회복이야말로 상담에서 가장 중요한 치료요인이라고 보았다.

 

로샤 검사

 

논란은 있으나 여전히 중요한 투사적 검사
Rorschach inkblot test / 심리 검사
로샤 검사는 잉크반점 검사라고도 한다. 데칼코마니 기법으로 만든 10장의 그림 카드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데칼코마니 décalcomanie 기법은 종이에 물감이나 잉크를 떨어뜨린 후 반으로 접어서 좌우대칭인 그림을 만드는 방법이다. 좌우대칭이긴 하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서 다르게 보고할 정도로 모호하다. 마치 하늘의 구름 조각을 어떤 이는 솜사탕으로 보고, 또 어떤 이는 자동차로 보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모호한 자극에 투사해서 보고하게 하는 심리 검사를 투사적 검사라고 한다.
실시 방법은 간단하다. 피검자에게 10장의 카드를 한 장씩 보여주면서 무엇으로 보이는지 자유롭게 응답하게 한다. 그다음 피검자에게 질문을 하면서 그림의 어디에서(영역), 그림의 무엇 때문에(결정인), 무엇을(내용) 보았는지 확인한다. 이것을 바탕으로 채점하고 해석한다.
로샤 검사를 만든 사람은 스위스의 정신과 의사이자 정신분석 훈련을 받았던 헤르만 로샤Hermann Rorschach였다. 미술 교사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로샤 역시 그림을 그리곤 했는데, 정신병원에서 일하던 중에 모호한 그림에 대해서 정신분열 환자와 정상인의 반응이 다르다는 것을 우연하게 발견했다. 이에 착안해 그림에 대한 반응을 통해 정신분열을 진단하기 위한 연구를 실시했고 그 결과를 1921년 책으로 출간했다. 그러나 이듬해에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로샤의 죽음과 함께 잉크반점 검사도 묻히는 듯했지만, 1920년대는 인간의 정신세계를 측정하는 데 관심이 많았던 때라 이후 여러 학자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로샤가 남긴 10장의 카드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로샤 카드를 활용하는 다양한 방법이 제안되었다.
하지만 방법이 여럿이면 널리 인정받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1961년부터 엑스너John E. Exner가 기존의 여러 방법을 통합하는 작업에 착수했고, 1974년에 그 결과를 발표했다. 이를 가리켜 엑스너 종합 체계라고 하며, 현재 널리 사용되는 채점과 해석 방법이다.
어떤 이들은 로샤 검사가 비과학심리학적이서 심리학자들이 사용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비과학적이라는 주장의 근거는 검사 해석의 주관성이다. 즉 어떤 그림을 본 후 ‘싸운다’고 말한 사람의 성격은 공격적이고, ‘손바닥을 마주친다’고 말한 사람의 성격은 호의적이라는 해석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는 식이다. 또 다른 근거는 로샤 검사가 정신장애이상심리학의 진단에 오류가 많다는 식이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로샤 검사를 이런 식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피검자의 반응 영역과 결정인, 내용을 토대로 규준에 근거해 통계적으로 채점하고 해석한다. 뿐만 아니라 로샤 카드에 대한 반응으로 정신분열을 진단하려고 했던 것은 검사를 처음 만들었던 로샤의 생각이었을 뿐, 지금은 어느 누구도 이 검사만으로 진단을 내리지 않는다. 처음에는 진단 목적으로 만들었지만, 지금은 진단 목적이 아니라 피검자의 생각과 정서, 성격 등 마음의 다양한 측면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MMPI와 비슷하다.
전 세계적으로 로샤 검사의 사용은 줄어드는 추세다. 그 이유는 효율성 때문이다. 이 검사를 능숙하게 활용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상당한 실습과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그리고 전문가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검사의 실시와 채점, 해석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지금은 이 검사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간편한 검사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시간이 지날수록 로샤 검사는 자취를 감출 가능성이 높아진다.

 

로저스

 

인간중심 치료의 창시자
Carl Rogers / 인물
인간주의라는 심리학의 새로운 흐름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며 상담심리학 분야에서 획기적이라고 평가받는 인간중심 치료를 만든 로저스. 그는 1902년에 모든 쾌락을 죄악시했을 정도로 매우 엄격하고 보수적인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났다. 과학적 농업의 원리를 농장에 적용하려고 노력했던 아버지를 둔 덕분에 어린 시절을 농장에서 보낸 로저스는 생명의 놀라운 힘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러한 유년시절의 경험은 로저스가 미국 위스콘신대학에 진학할 때 농업을 전공으로 선택한 데에 영향을 미쳤다.
엄격한 부모 밑에서 농사일을 도우면서 자라던 그는 대학 진학을 통해 더 넓은 세상을 경험했다. 특히 20세였던 1922년에 북경에서 열린 세계기독학생연합회에 참석해 6개월간 머무르면서 자신과 종교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 경험을 통해 그는 부모의 영향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게 되었으며, 자신의 인생관과 신앙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후 대학으로 돌아온 그는 자신의 미래에 대한 구상을 처음에는 역사가로, 그다음은 목회자로 바꾸었다.
1924년에 위스콘신대학을 졸업하고 뉴욕 연합신학대학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 신학교는 기독교의 정통 교리를 가르치지는 않는, 다시 말해 자유분방한 분위기의 학교였다. 로저스는 결국 누군가를 도와주는 일을 하기 위해서 굳이 목사가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고, 결국 신학교를 떠나 콜롬비아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기로 했다. 이즈음 그는 정신분석 입장에서 아동을 치료하는 센터에서 훈련을 받으면서 정신분석에 대해 거부감을 갖게 되었다.
1931년에 콜롬비아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로저스는 한 아동센터에서 심리학자로 일하게 되었고, 여기에서 자신만의 치료 방법을 개발했다. 주로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던 행동주의와 실험심리학 위주의 미국심리학회 APA ;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에 환멸을 느낀 그는 1937년에 조직된 미국 응용심리학회 AAAP ; American Association of Applied Psychology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회원이 되었다. 로저스의 관심은 ‘실험실의 쥐’가 아닌 ‘진짜 사람’이었던 것이다.
로저스는 여러 학교와 현장에서 가르치면서 지속적으로 상담을 했으나 그의 접근은 줄곧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던 중에 로저스는 1968년에 제자 한 명과 함께 캘리포니아의 라 호야La Jolla에 인간연구센터 Center for Studies of the Person를 세워 본격적으로 자신의 치료 접근을 실천했다. 특히 이 센터에서는 치료 접근을 집단 상담 장면에 적용하면서, 자신의 치료에 대한 효과를 과학(심리학적)으로 증명하려고 애썼다.
로저스의 치료 이론은 기존의 정신분석보다 훨씬 쉽고, 행동주의 접근보다는 인간적이어서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었다. 특히 교사나 종교인을 비롯해 현장에서 상담을 하는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상담 이론이 없던 시기였기 때문에 로저스의 이론에 대한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는 특별한 학위가 없더라도 핵심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기만 한다면 누구나 상담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람에 대한 그의 관심은 개인 상담과 집단 상담을 넘어 더 넓은 사회와 문화, 정치로까지 확대되었다. 무엇보다 인종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문제와 세계평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지속했는데, 이 업적을 인정받아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로저스의 이론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다. 하지만 학문적으로 내용이 빈약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러한 이유로 로저스의 이론은 독립적인 학파에 의해 계승되지 않았으며, 많은 상담자들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태도 정도로 인식되었다. 또한 로저스는 자신의 이론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는 점에서는 인정을 받았지만, 그 방법에 대해서는 통제집단이 없다거나 측정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어찌 되었든 그는 정신분석과 행동주의에 이어 인간주의라는 심리학의 큰 흐름을 탄생시킨 위대한 심리학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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