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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수면, 수면의 이유와 목적, REM 수면, 수면 장애)

by Uzoob 2024.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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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너무 안 자도, 너무 많이 자도, 밤낮이 바뀌어도 문제
sleep / 의식
우리는 하루 중 상당한 시간을 수면으로 보낸다. 수면 시간은 개인마다, 그리고 나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만약 하루에 8시간을 잔다면 하루의 1/3, 60세까지 산다면 무려 20년이나 자면서 보내는 꼴이다. 평균 수명이 늘고 있으므로 만약 90세까지 산다면 30년이나 잠을 자는 셈이다. 잠 따위로 20, 30년을 보낸다니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는가? 이런 생각은 수면에 대한 오해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수면의 이유와 목적

사람들은 보통 휴식을 위해서 잠을 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연구결과 잠을 잘 때 몸과 뇌는 비교적 활발한 활동을 하는데 편안히 누워서 책을 볼 때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고 한다. 만약 휴식을 위해서 잠을 잔다면 잠은 그리 좋은 방식은 아닌 것이다.
또한 사람들은 운동을 많이 한 다음 날에는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경험에 근거해 지친 몸을 회복하는 것이 잠의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연구 결과 수면과 운동 사이의 관련성도 그리 밀접하지 않다고 한다. 한 연구에서는 신체 건강한 참가자들을 침대에서 쉬게 하며 6주를 관찰했지만 수면에 변화가 없었다. 만약 수면이 피로를 보상해 주는 것이라면, 침대에서 쉬기만 한 참가자들은 평소보다 적게 자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운동은 수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일까? 수면 연구의 대가인 영국의 심리학자 호른 J. A. Horne은 운동이 직접 수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운동을 해서 올라간 체온이 수면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 다음과 같은 재미난 실험을 고안했다.
참가자 전원에게 러닝머신에서 달리기를 하게 했다. 이때 한 집단의 참가자들에게는 선풍기로 시원한 바람을 제공하고 피부에 물을 뿌려주면서 체온의 상승을 막았다. 다른 집단의 참가자들에게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아서 체온이 대략 섭씨 1도 상승했다.
만약 두 집단에서 수면의 변화가 동일하다면 운동이 수면에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수면을 체온과 연관시켜 볼 수 있을 것이다. 실험 결과는 전자가 아닌 후자였다. 체온이 올라가지 않은 집단은 수면의 변화가 없었으나 체온이 올라간 집단은 전체 수면 중에서 서파 slow-wave 수면이 더 많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서파 수면이란 느린 뇌파 brain waves가 발생하는 수면으로 뇌의 대사율이 낮다고 해석할 수 있다.
호른은 이 실험의 결과에 대해 운동이 뇌의 온도를 올려서 대사율을 높이고, 이는 대사율을 낮추는 서파 수면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또 다른 실험에서는 헤어드라이어로 참가자의 머리와 얼굴을 따뜻하게 해 뇌의 온도를 대략 1도 정도 올리는 실험을 했는데, 그 결과 6명 중 4명의 서파 수면이 증가했다.
많은 학자들은 수면을 연구하기 위해 뇌파를 이용한다. 뇌전도EEG electroencephalogram(뉴런)라고도 하는 뇌파는 뇌 세포인 뉴런이 전기적 활동을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전자기파다. 뇌파는 주기에 따라서 베타β, 14~30Hz, 알파α, 9~13Hz, 세타θ, 4~8Hz, 델타δ, 1~3Hz로 구분한다. 베타와 알파는 깨어 있을 때 나오는 뇌파로, 눈을 뜨고 있을 때는 베타파가 나오고, 눈을 감고 편안한 상태로 있으면 알파파가 나온다. 또한 수면 상태일 때는 느린 뇌파인 세타와 델타파가 나온다. 뇌파의 주기가 높은 것은 뇌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고, 주기가 낮은 것은 뇌의 활동이 느려졌다는 것이다.
수면은 크게 서파 수면이라고 하는 non-REM 수면과 REM 수면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비율은 대략 80 대 20이다. REM은 빠른 안구 운동 Rapid Eye Movement의 약어다. 실제로 잠을 자는 사람을 관찰해 보면 때때로 눈꺼풀 아래에서 빠르게 안구가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REM 수면은 수면 연구의 핵심 주제이기도 할 만큼 독특한 현상이다.
non-REM 수면일 때는 세타와 델타파가 나와서 뇌가 서서히 활동하지만 놀랍게도 REM 수면시에는 베타와 알파파가 나온다. 우리의 몸은 수면 중이지만 우리의 뇌는 깨어 있다고 해서 REM 수면을 역설적 수면 paradoxical sleep이라고도 한다. REM 수면을 통해 우리는 잠이 단지 활동의 반대인 휴식이 아니라 또 다른 활동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REM 수면

우리의 뇌는 REM 수면중에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REM 수면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많은 가설들이 있지만, 가장 유력한 가설은 REM 수면이 기억과 사고 과정을 돕는다는 것이다. 하루 동안에 뇌로 입력된 정보들을 정리해서 나중에 필요할 때 쉽게 찾을 수 있게 한다고 한다. 그 증거로 정신활동을 많이 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이 많은 사람보다 REM 수면이 많다는 사실을 꼽을 수 있다.

또한 과학자들은 사람들이 REM 수면을 박탈당했을 때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는 등 우리의 정신 과정에 현격한 저하가 일어나고, 다음 날 REM 수면을 보충하려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했다. REM 수면은 꼭 필요한 수면이다. 참고로 이런 경향은 non-REM 수면 박탈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학창 시절 선생님에게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엉덩이로 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잠을 줄이면서 공부에 시간을 더 투자한다. 하지만 수면에 대한 여러 연구들은 하나같이 수면을 공부의 적敵이 아닌 편便이라고 말한다.
아주 짧은 시기에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룩한 우리 국민들은 휴식을 악惡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휴가나 휴일을 반납하고 일하는 사람들이 진급도 빠르고 돈도 많이 벌었다. 좀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휴식 공포증을 가진 사람이 사회에서 인정받아 성공하는 분위기였다. 일은 필수이지만, 휴식은 선택이라는 논리에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휴식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휴식과 동급으로 취급받았던 수면이 일하기 싫어하는 게으른 사람들의 특징으로 치부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수면은 결코 휴식이 아닌 중요한 활동이며, 따라서 무조건 줄인다고 능사가 아니다.
수면은 매슬로가 설정한 욕구의 위계(추동)에서 맨 아래인 생리적인 욕구에 해당한다. 이는 수면이 인간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일차적인 욕구라는 의미다. 물론 생리적 욕구에는 성性과 음식 섭취도 있지만, 수면의 중요성은 이에 비할 바가 아니다. 성과 섭식은 하루이틀 정도는 충분히 거를 수 있다. 해결하지 못한다고 당장 큰 문제가 오는 것은 아니다. 때에 따라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는 여지도 충분하다. 하지만 수면은 사정이 다르다. 단 하루만 걸러도 그 여파가 장난이 아니다.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기 위해 말 위에서 선잠을 잤다는 나폴레옹이나 하루에 4시간밖에 자지 않았다는 고故정주영 회장을 모델로 삼을 필요는 없다. 이보다 더 많은 사람들은 충분한 잠을 자면서도 성공하고 있으니, 마음 편히 자자.

수면 장애

그러나 어떤 이들은 마음 편히 자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고 한다. 마음 편히 자보는 것이, 세상모르고 자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수면에 문제가 생긴 것을 수면 장애 sleep disorder라고 한다. 수면 장애는 겪어보지 않고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이 따른다고들 말한다.
가장 대표적인 수면 장애는 불면증insomnia이지만 이 외에도 여러 종류의 수면 장애가 있다. 정신장애(이상심리학)의 진단 기준인 DSM-5(DSM)의 수면-각성 장애 sleep-wake disorder라는 범주에서 다루고 있는 수면 장애는 다음과 같다. 과다수면증 hypersomnia, 기면증 narcolepsy, 일주기 리듬 수면-각성 장애 circadian rhythm sleep-wake disorder, 하지 불안 증후군 restless legs syndrome, 수면 무호흡증 sleep apnea, 몽유병 sleepwalking, 야경증 night terror, 악몽 장애 nightmare disorder, REM 수면 행동 장애 REM sleep behavior disorder.
불면증이라고 하면 대부분은 잠을 잘 못 드는 것만 생각하는데, 전문가들은 수면의 시작뿐 아니라 수면의 유지와 종료에도 주목한다. 즉 잠은 잘 들지만 중간에 너무 자주 깨거나, 아니면 충분히 자지 못하고 너무 이른 새벽에 깨는 것도 불면증이다. 

그렇다면 얼마나 못 자야 불면증일까? 이에 대한 객관적 기준은 없다. 왜냐하면 수면은 양(시간)뿐만 아니라 질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오래 자도 수면의 질이 좋지 않다면 당사자에게는 힘든 일이다. 그래서 객관적 기준보다는 당사자의 보고가 중요하다. 대신 주 3일 이상, 그리고 3개월 이상 이런 증상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명시한다.
많은 사람들이 불면으로 고통 받기에 잠을 많이 자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또 다른 극단도 좋지 않다. 하루 평균 7시간 동안 잠을 잘 잤는데도, 잠에서 잘 깨지 못하고 더 많은 잠을 필요로 하는 것을 과다수면 장애라고 한다.
수면 발작이라고도 하는 기면증이란 낮에 저항할 수 없게 졸린 것, 정말 발작적으로 졸음이 쏟아지는 것을 말한다. 심할 경우 온몸에 힘이 갑자기 빠지면서 그 자리에서 쓰러져 잠이 드는 탈력발작 cataplexy이 나타나기도 한다. 박신양과 전지현이 주연을 맡았던 2003년 개봉작 <4인용 식탁>에서는 길을 가다가 갑자기 쓰러지는 연(전지현 분)을 목격하고, 정원(박신양 분)이 도와주는 장면이 나온다. 정원은 갑자기 쓰러지는 연에게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걱정한다. 이런 모습을 처음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충격적이고 무섭기까지 한데, 이 영화를 봤던 관객들도 분명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연은 너무 졸려서 잠이 든 것뿐이다.
일주기 리듬-수면 각성 장애란 교대 근무처럼 불규칙한 생활 때문에 과도한 졸음이나 불면이 반복되는 현상을 말한다. 하지 불안 증후군은 잠을 자려고 할 때 다리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 같은 불쾌감 때문에 자꾸 다리를 긁거나 흔들게 되면서 잠을 제대로 자기 어려운 경우를 말한다. 증상이 주로 다리에 나타나지만, 간혹 팔에 나타나기도 한다. 수면 무호흡증은 코골이를 하다 숨이 일시적으로 멈춰지는 경우를 의미한다. 이럴 경우 수면의 질이 나빠 다음 날 굉장히 피곤함을 느낀다.
몽유병은 잠이 채 깨지 않은 상태에서 일어나 걸어 다니는 것이고, 야경증은 원인 모를 공포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몽유병과 야경증은 곧잘 꿈과 연관되지만, 이 두 증상이 꿈 때문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연구에 따르면 non-REM 수면일 때보다 REM 수면에서 꿈을 더 많이 꾸고, 더 생생한 꿈을 꾼다고 한다. 그런데 몽유병과 야경증은 non-REM 수면에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꿈 때문에 고통을 겪는 것은 악몽 장애와 REM 수면 행동 장애다. 악몽 장애는 계속되는 악몽 때문에 고통을 받는 것이고, REM 수면 행동 장애란 REM 수면 시 꾸는 꿈에서 하는 행동을 실제 행동으로도 옮기는 것이다. 일례로 꿈에서 축구를 한다면, 실제로도 온 힘을 다해 이불을 걷어차는 식이다. 혼자 잘 경우에는 그저 이불만 풀썩거리겠지만, 만약 같은 이불을 덮고 자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발로 찰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REM 수면 단계에서 근육이 완전히 이완되어 있다. 이 때문에 꿈속에서 하는 행동이 실제 행동으로는 나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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