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검사의 개념
사람들은 외모와 행동의 여러 측면에서 서로 다르다. 어떤 학생은 교사의 설명을 쉽게 이해하지만, 아무리 설명을 해줘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도 있다. 모임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야 할 때, 어떤 사람은 호기심을 느끼고 설레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은 잔뜩 긴장하면서 마음이 불편해진다. 과제가 주어졌을 때 어떤 사람은 미리 꼼꼼하게 따져봐서 예상되는 어려움에 대한 대책을 준비한 다음에야 일에 착수하지만, 어떤 사람은 일단 일을 시작해 놓고 어려움이 생기면 그때마다 상황에 적합한 방법을 찾아 해결해 나간다.
이처럼 동일한 상황에서 개인마다 다르게 보이는 반응은 무엇을 의미할까? 아마도 개인 내부에 존재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어떤 특성 예를 들어 지능, 성격 등에서의 차이 때문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내적 특성에서의 개인차는 개인 간 해동의 차이를 설명하는 데 사용되는가 하면, 미래의 상황애서 개인이 어떻게 행동할지를 예측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심리검사란 행동의 개인차를 이해하고 설명하기 위해 고안된 심리학적 도구다. 어떤 심리검사는 행동 자체를 측정하고자 하지만, 많은 경우 심리검사는 행동자체보다는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게 만드는 원인이라고 생각되는 개인의 내적 특성, 예를 들어 지능, 적성, 지식, 정서, 동기, 성격, 가치관, 태도 등을 측정하기 위한 것이다. 개인의 내적 특성을 이해하는 것은 결국 개인의 행동의 이해하고 설명하고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때 지능, 성격 등 개인의 내적 특성은 실제 존재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추상적인 개념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구성개념' 또는 '구안(construct)'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경우 심리검사를 통해 알고자 하는 것은 추상적인 개념인 구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개념인 구인을 직접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심리검사에서는 이러한 내적이고 추상적인 특성을 어떻게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을까? 물체의 길이, 부피, 무게와 같은 물리적인 속성의 경우 측정 대상이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것이기 때문에 측정이 용이하다. 그리고 누가 측정하건 언제 측정하건 차이가 크지 않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의 마음을 측정하는 것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심리검사의 원리
사람의 마음은 어떻게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심리검사의 원리를 알아보자. 내적 특성은 눈으로 직접 관찰할 수 없기 때문에, 심리검사에서는 흔히 내적 특성이 반영되어 나타나는 외적 행동을 측정하여 내적 특성을 추론하는 간접적인 방식을 사용한다. 즉 검사 문항에 대한 수검자의 반응을 분석하여 내적 특성을 추론한다.
성격의 한 차원인 사교성을 측정한다 생각해 보자. 이 사람은 사교성이 어느 정도 일까? 사교성이 매우 풍부한 사람일까, 아니면 부족한 사람일까? 내적 구성개념인 사교성을 직접 측정하기는 불가능하므로, 심리학자들은 사교성이 반영되어 나타나는 행동을 평가하여 이를 토대로 사교성의 정도를 추정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그러면 사교성이 반영되어 나타나는 행동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사교성이 풍부한 사람들은 흔히 친구가 많고, 새로운 사람을 잘 사귀고,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모임을 좋아하고, 자신의 감정을 쉽게 잘 드러내고, 감정 표현이 풍부한 등과 같은 다양한 행동적인 특징을 보일 수 있다. 반면에 사교성이 부족한 사람들은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으며 대체로 과묵하다. 또한 남들과 함께 있을 때보다 혼자 있을 때 마음이 더 편하고,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는 혼자 있거나 소수의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더 선호한다. 그 밖에도 사교성이 풍부한 사람과 사교성이 부족한 사람은 생활 속에서 다양하게 서로 다른 특징적인 행동을 한다. 사교성이 풍부하거나 부족한 사람들이 보이는 이러한 행동적인 특징들을 질문으로 사용하여 '사교성 검사'를 만들 수 있다. 수검자가 이 검사에서 사교성이 풍부한 사람들이 보일 수 있는 행동 문항에 많이 표기하고 사교성이 부족한 사람들이 보이는 행동문항에 적게 표기할 때, 그를 사교성이 풍부하다고 판단한다. 반대로 사교성이 풍부한 사람들이 보일 수 있는 행동 문항에 적게 표기하고 사교성이 부족한 사람들이 보이는 행동 문항에 많이 표기할 때, 그를 사교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한다.
심리검사의 또다른 원리를 측정하고자 하는 구성개념을 반영하는 모든 행동을 모두 문항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는 점과 관련이 있다. 이 때문에 구성개념을 가장 잘 반영한다고 생각되는 소수의 행동들만 표집 하여 문항을 구성한다. 사교성을 예로 들면, 사교적인 그리고 비사교적인 사람들이 보이는 여러 가지 행동들을 모두 문항으로 만들어 질문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사교성이 높거나 낮은 사람들이 보이는 대표적인 몇 가지 행동을 표집 하여 질문을 구성한다.
지능검사를 가지고 이 점을 다시 생각해보자. 지능검사 중에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웩슬러 지능검사는 여러 가지 하위 검사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일반지능' 소검사이다. 이 검사의 저자인 Wechsler는 지능이 우수한 사람들은 역사, 정치, 문학, 예술, 과학, 자연현상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실적인 지식을 풍부하게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이 소검사를 자신이 만든 지능검사에 포함시켰다. 웩슬러 성인용 지능검사의 가장 최근판인 개전 4판(WAIS-IV)에서 이 소검사는 총 26개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일반상식은 얼마나 될까?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을 것이다. 개인의 일반상식 수준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서는 이 셀 수 없이 많은 내용을 모두 물어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이 때문에 그들을 잘 대표한다고 생각되는 26개의 문항으로 일반상식 수준을 평가한다. 26개의 표집 된 일반상식 문항에서 높은 점수를 얻으면 거의 무한대로 존재하는 일반상식 전체(전집)를 다 물어봤을 때도 높은 점수를 얻을 것이다, 26개의 문항에서 낮은 점수를 얻으면 전체를 다 물어봤을 때도 낮은 점수를 얻을 것이라고 가정한다. 여기서 관건이 되는 것은 26개의 표집 된 문항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큰 전집을 얼마나 잘 대표하는가이다.
이 대표성의 정도에 따라 검사가 수검자의 일반상식 수준을 잘 평가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표집의 전집 대표성을 판다할 수 있는 절대적이면서 보편적인 기준은 없다. 심리검사를 제작하는 사람들은 측정하고자 하는 영역의 전접 대표성이 클 것으로 보이는 문항들을 표집 하기 위해 해당 분야의 이론을 참조하기도 하고, 관련된 여러 선행 연구에서 나타난 결과를 참조하기도 한다. 또한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집하여 반영하기도 한다. 이러한 절차를 를 통해 선정된 검사 문항들이 일반상식 전체를 잘 대표한다면, 이 소수의 문항을 통해 개인의 일반 상식 수준을 잘 평가할 수 있고 그래서 이 검사는 좋은 검사로 인정받을 수 있다. 만약 섬사 문항들이 일반상식 전체를 잘 대표하지 못한다면 수검자가 이 소검사에서 얻은 점수는 그 사람의 실제 일반상식 수준을 잘 말해주지 못하게 되고 그래서 이 검사는 좋지 않은 검사가 된다. 심리학자들은 표집 된 문항들이 측정하고자 하는 영역 전집을 얼마나 잘 대표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그 밖에도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