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학습
인간에 대한 과학적 연구로 행동주의의 경험적 접근은 심리학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으며 특히 미국에서 그랬다. 그러나 행동주의자들이 수행한 많은 실험들이 20세기 후반부에서는 인지의 중요성을 밝혀왔다는 사실도 앞서 살펴보았다. 모든 자극-반응 관계가 똑같이 용이하게 학습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 Rescorla의 실험, 유기체가 강화물에 대한 통제를 지각하지 못하면 그 강화물은 힘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Seligman의 실험들이 그 증거가 될 수 있다. 여기서는 유기체의 학습에서 인지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경우를 살펴본다.
관찰학습
조건형성 실험에서는 유기체가 학습할 반응들을 직접 수행함으로써 배운다. 개가 먹이를 받고 침을 흘리지 않으면 무조건 자극에 대해 침 흘리는 반응을 학습할 수 없으며, 비둘기가 원반을 쪼는 반응을 하지 않으면 먹이가 주어지지 않으므로 원반 쪼기를 학습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가 모든 행동을 실제 수행을 통해 학습해야 한다면 큰 문제가 생긴다. 효과의 법칙에 따르면, 예컨대 운전을 배우는 사람은 여러 행동들을 시행착오적으로 하면서 그중 보상받은 몇 가지 행동들을 학습합니다.
차를 움직이는 것은 여러 반응들을 해 보다가 우연히 가속페달을 밟는 반응을 함으로써 배울 수 있다고 치자. 그러면 차를 정지시키는 것은 어떤가? 브레이크를 밟는 반응을 하기 전에 전조등을 켜거나 기어를 바꾸는 등의 엉뚱한 반응들을 하면 그것이 차를 정지시키는 데 아무 효과가 없다는 것을 배우기도 전에 사고가 나기 마련이다. 유기체가 직접 경험을 하는 대신에 다른 개체들의 반응을 보고 모방함으로써 학습을 하는 것을 관찰학습(observational learning) 또는 대리학습(vicarious learning)이라고 한다.
관찰학습의 대표적인 예로 Bandura(1962)는 아동들이 타인의 공격적 행동을 얼마나 잘 모방하는가를 보여 주었다. 그는 한 집단의 아이들에게는 주인공이 인형을 공격하는 영화를 보여주었고 다른 집단의 아이들에게는 공격하지 않는 영화를 보여주었다. 그 후 첫 번째 집단의 아이들이 인형을 더 공격적으로 다루면서 놀았다. 관찰학습은 네 가지 과정을 거쳐서 일어난다. 첫째, 관찰을 통한 학습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행동이나 상황이 관찰자의 주의(attention)를 끌어야 한다. 이를 주의집중 단계라고 한다. 둘째, 관찰을 통해 학습한 정보를 보유(retention)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는 학습한 정보를 내적으로 보유'강화하는 단계이다. 셋째 저장된 정보를 재생(reproduction)하는 단계로, 학습한 내용과 관찰자의 행동이 일치하도록 자기 수정이 이루어지는 단계이다. 넷째, 학습한 내용대로 행동에 옮기기 전에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동기화(motivation) 단계이다.
관찰학습에는 여러 변인들이 영향을 미치는데 그 가운데서도 특히 중요한 것이 모델의 행동의 결과에 대한 강화이다. 모델의 공격적 행동이 일관적으로 강화받을 경우 관찰자는 그런 행동을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인다. 반대로 모델이 일관적으로 처벌받게 되면 관찰자는 그런 행동을 회피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다른 요인으로 관찰자가 수행한 행동의 결과를 들 수 있다. 특정 행동이 모델에게는 특정 결과를 야기한 반면 관찰자에게는 정반대의 결과를 야기한다면, 궁극적으로는 관찰자가 직면한 결과가 그에 더 큰 힘을 발휘하게 된다. 만약 모델이 컴퓨터 게임을 아주 잘하고 그것을 분명히 즐긴다면, 관찰자는 그 게임을 시도해 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관찰자가 그 게임을 계속 잘 못한다면 포기해 버릴 가능성이 높다. 결국 사람들은 어떤 방법이 모델에게 소용이 있었는지와는 상관없이 자기 자신에게 소용이 있는 방법을 사용한다.
모델의 특성 또한 중요한 변인 중의 하나이다. 매력적이거나, 힘이 있거나, 매우 인기가 높은 모델은 그렇지 않은 모델보다 모방될 가능성이 높다. 모델의 지위, 호감도, 나이, 성별, 능력 등의 요인들이 학습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는 이런 특성들이 관찰자가 모델을 관찰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모델에게 주의를 더 기울일수록 관찰자가 모델의 행동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학습할 가능성이 높다.
관찰자의 연령에 따라 모방과 학습의 정도는 다르다. 보통 나이 어린 학습자들이 더 모방을 할 가능성이 높기는 하지만, 그것이 더 많은 것을 배운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반대로, 일반적으로 성인이 아동들보다 더 잘 학습하고 있지만, 성인들은 타인의 경험으로 이득을 얻는 것이 어린 사람들보다는 느리다.
관찰자의 학습 역사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모델에게서 배우는 능력은 그 모델을 보기 이전에 한 학습경험에도 좌우될 수 있다. 연령과 학습역사를 독립적으로 분리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는데, 관찰자의 연령에 따라 성인 혹은 젊은 관찰자의 학습 역사상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학습자의 정서상태와 과제의 복잡성 등의 요인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