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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단기기억, 작업기억, 단기 혹은 작업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의 부호화: 효율적인 전략)

by Uzoob 2024.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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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기억

 

단기기억(short-term memory)은 입력된 정보들을 저장하는 시간이 감각기억보다는 길지만, 그래도 단기기억이라는 명칭처럼 들어온 정보가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머무는 저장소이다. 단기기억에 정보가 머무는 시간이 얼마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그중 Peterson과 Peterson(1959)이 수행한 고전적인 실험은 단기기억에서 정보가 소멸되는 시간을 잘 보여준다. 실험자는 참가자들에게 3개의 문자로 이루어진 문자열들을 기억하라고 하였다. 기존의 지식이 영향을 끼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그 문자열은 단어가 아닌 무의미 철자들이었다. 그리고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문자열을 기억해 내는 능력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확인하였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3초가 지난 후에는 그래도 상당히 높은 수준의 기억력을 보였으나, 15초나 지나면 거의 대부분 기억해내지 못했다. 이 결과는 대략 단기기억에 정보들이 약 15~20초 정도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단기기억에서 저장된 정보가 단 15~20초 정도만 머문다는 것은 턱없이 짧게 느껴진다. 과연 이 정도의 시간 안에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러나 단기기억의 정보들은 필요한 만큼 더 오래 머무를 수도 있다. 예를 들어보자.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 잠깐 바깥으로 나왔다가, 우연히 오랜 기간 동안 연락이 끊기 중학교 동창을 만났다. 공교롭게 둘 모두 휴대폰을 가져오지 않아서 서로의 전화번호를 저장할 수 없었다. 이 경우 여러분은 자신의 도서관 자리로 돌아와 올 때까지 그 친구의 전화번호를 기억하고 싶다. 어떻게 할 것인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번호를 끊임없이 입으로(혹은 속으로) 반복해서 되뇌며 올 것이다. 이처럼 지속적으로 반복하여 그 정보를 되뇌는 것을 시연(rehearsal)이라고 하는데, 시연을 하면 그 정보가 단기기억 속에 계속 머무르게 된다.

감각기억을 이야기할 때, 감각기억에 저장될 수 있는 정보의 양 즉, 그 용량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그럼 단기기억의 용량은 어떻게 될까> 감각기억과는 달리 단기기억의 용량은 제한되어 있어서, 한정된 정보만이 여기에 머무를 수 있다고 한다. 제한된 단기기억의 용량을 쉽게 이르는 말이 매직넘버(magic number) 7이다. Miller(1956)가 제안한 매직넘버 8은 우리가 단기기억에 7개 정도, 정확하게는 7개에 2개를 더하거나 뺀 정도의 정보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칭하는 말이다. 친구들의 전화번호를 생각해 보자. 핸드폰 공통이라고 할 수 있는 '010'을 제외하면 전화번호는 거의 8개의 숫자로 이루어져 있다. 실제 여러분은 어렵지 않게 그 전화번호를 외울 수 있다.

7개 정도의 정보라는 표현이 무척이나 모호하게 들릴 것이다. 단기기억에 저장된 한 개의 정보는 단순하개 하나의 글자나 숫자가 아니고 상황애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면, '심-인-어-워-려-지-리'라는 7개의 글자를 제시하고 외우라고 한다면, 각 글자는 한 개의 정보에 해당한다. 그러나 7개의 글자의 배열을 좀 바꿔서 다음과 같이 배열한다면 어떨까? '인-지-심-리-려-어-워.' 처음과 비교해 보면 어떤가? '인지심리 어려워'의 한 문장으로 외운다면 훨씬 외우기 쉽지 않은가? 이렇게 여러 글자들을 하나의 의미 있는 단어, 더 나아가 문장으로 엮는 것은 군집화(chunking)의 한 전략이다. 군집화란 규모가 작은 정보들을 큰 정보로 묶는 것을 말한다. 군집화된 정보는 하나의 정보이다. 즉, '인지심리 어려워'는 하나의 정보에 해당한다. 따라서 의미 없는 7개의 문자는 7개의 정보에 해당하여 단기기억 용량 전부를 차지하지만, 7개의 문자로 이루어진 한 문장은 1개의 정보에 해당하기 때문에 아직도 6개 정보에 해당하는 요량의 여유가 있는 셈이다.

 

작업기억

 

초기의 기억 연구에서 저장소의 개념은 말 그대로 정보가 머무는 곳이었다. 이와 같은 관점은 기억을 정보를 저장했다가 인출하는 단순한 과정으로 보는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들은 기억의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시험 문제를 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우리들은 시험 문제의 해답을 찾기 위해 복잡한 정신 과정을 작동시키고 있다. 즉, 이를 위해 감각기억에서 받아들인 정보들 그리고 장기 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으면서 이 문제의 해답을 찾는데 필요한 각종 정보들을 인출하여, 서로 통합적으로 비교한 후 결정할 것이다. 그럼 이 문제 해결에 필요한 정보들은 어디에 머무는 것일까? 거기가 바로 작업기억(workong memory)이다.

작업기억이라는 저장소는 정신적인 작업 공간과 같은 곳이다. 작업기억과 단기기억을 거의 동일한 개념으로 사용하는 연구자들도 있지만, 두 개념은 큰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단기기억은 주로 단기간 동안 정보가 저장되는 과정만을 강조한다면, 작업기억은 정보의 저장 과장뿐만 아니라, 저장된 정보들이 중앙집행기(central executive)에 의해 처리되는 과정까지 포함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작업기억을 설명하는 많은 이론들은 중앙집행기가 작업기억에 포함되는 구성 요소라고 주장하고 있다. 뇌 영상 연구들은 작업기억이 전두엽의 활동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전두엽이 여러 정보들을 조작하고 ㅗ통제하는 대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의 부위 하는 점에서 이 연구들은 작업기억 내 중앙집행기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Baddeley,2002).

 

단기 혹은 작업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의 부호화: 효율적인 전략

 

단기기억 혹은 작업기억에 저장된 정보들은 장기기억으로 옮겨져 거기에 저장된다. 단기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 정보를 부호화시키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단순 반복 즉, 시연이다. 시연은 단기기억 내에서도 정보를 계속 머물게 하지만, 동시에 장기기억으로 정보를 부호화시키는 기능도 한다. 여러분이 시험공부를 할 때를 생각해 보라. 여러분의 가장 대표적인 방법도 반복일 것이다. 그러나 장기기억에만 머물러 있는 정보들은 가치가 없다. 우리가 필요할 때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그 정보는 의미가 있다. 감각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 정보를 옮기는 부호화과정에서 효율적인 전략을 쓰면 그 효용성이 높아진다. 대표적인 세 가지 유형의 부호화 전략애는 정교화, 조직화, 시각화가 있다.

 

기억의 정교화(elaboration). 

 

정교화는 정보의 처리 수준을 높여 부호화의 강도를 강화시킴으로써 더 잘 기억하는 책략이다. 처리 수준이란 주어진 정보를 처리하는 정도를 말한다. 만일 어떤 단어에 대하여 그 물리적인 속성만을 확인한다면, 그 처리 수준은 얕은 것이다. 반면에 그 단어의 의미와 그 단어가 떠올리는 예전의 추억들을 생각한다면, 그 처리 수준은 깊은 것이다.

정교화의 효과를 보여주는 고전적인 실험(Crail&Tulving,1975)에서 참가자들은 동일한 단어에  대하여 서로 다른 수준의 처리를 하도록 요구받았다. 시각판단 조건의 참가자들은 제시된 단어가 대문자인지 소문자인지를 판단하게 하였다("OWL은 대문자인가 소문자인가?"). 이 경우는 매우 얕은 수준의 처리가 이루어진다. 라임(rhyme) 판단조건에서는 제시된 단어와 다른 단어의 라임이 동일한지를 판단하게 하여 해당 단어의 음을 처리하도록 하였다("owl은 towel과 동일한 라임인가?"). 이 조건은 중간 정도의 처리가 이루어진다. 의미 판단조건에서는 제시된 단어의 의미를 생각하도록 하였다("owl이 다음 빈칸에 적절한가?___는 야행성 동물이다."). 의미 판단조건은 단어에 대해 깊은 처리가 요구된다. 실험 결과, 처리 수준이 깊어질수록 단어에 대한 기억을 더 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깊은 수준의 처리는 다양한 방식을 통해서 가능하다. 정교화 책략애서 빈번하게 사용하는 방식은 주어진 정보를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정보 혹은 지식과 연관짓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원주율을 외워보자. 파이라고 불리는 원주율 값은 3.14159265...로 계속되는 무리수로, 그 정확한 값을 외우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원주율을 외우는 많은 방법들이 제시되어 있는데, 그중 상당수가 정교화 책략을 이용한 것이다. 예를 들면, 기존의 지식을 통해 암기할 수 있다. 1592년은 임진왜란이 한창인 때이다. 이 지식을 이용하여, '3월 14일, 1592년, 65만의 왜군이 조선을 침범하였다.'라고 암기하면 원주율의 첫 부분을 외울 수 있다. 외국에서는 문장을 이용하여 원주율을 외우기도 한다. 1906년에 Orr라는 사람이 자신의 시를 소개했는데, 첫 구절이 "Now I, evev I, would celebrate in rhymesinept"였다. 각 단어의 문자수를 세어보면, 3-1-4-1-5-9-2-6-5로 원주율이 된다. 최근에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원주율을 외우는 문장들을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가 있다. 문장을 외우는 것도 좋지만, 더 좋은 방법은 스스로 문장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스스로 만드는 과정에서 더 깊은 수준의 처리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더 잘 기억할 수 있다.

 

기억의 조직화(oraganization). 

 

조직화는 주어진 정보를 적절하게 범주화 혹은 위계화하여 부호화함으로써 더 잘 기억하는 책략이다. 예를 들어, 책상, 트럭, 사자, 버팔로, 의자, 곰, 연필, 버스, 자동차의 아홉 단어를 외운다고 해 보자. 단순하게 반복적으로 시연하여 외우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위의 이홈 단어를 교실 범주(책상, 의자, 연필), 탈 것 범주(트럭, 버스, 자동차) 그리고 동물 범주(사자, 버펄로, 곰)로 조직화하여 암기한다면 암기하기가 더 쉬울 것이다.

범주에 위계를 더하면 조직화가 더 강하게 이루어진다. 한 연구(Halpern,1986)는 매우 잘 알려진 노래 54곡의 제목을 제시하고 실험 참가자들에게 암기하도록 하였다. 조직화 조건에서는 노래의 제목을 장르(락, 팝 등) 및 분위기(행복, 슬픔)등을 기준으로 위계적으로 범주화시켜 제시하였고, 비조직화 조건에서는 무선적으로 제시하였다. 그 결과, 조직화 조건에서의 기억 수행이 훨씬 좋았다.

단기기억의 용량과 관련해서 언급한 군집화(chunking)도 조직화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연구자들은 군집화를 전문가의 기억과 관련해서 많이 언급한다. 때때로 전문가들은 동일한 내용에 대해서 일반인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기억력을 보인다. 예를 들면, 프로 바둑 기사는 자신이 상대방과 둔 바둑 대국을 첫 수부터 마지막 수까지 다 기억하여 복기할 수 있다. 그렇다고 바둑 기사들이 일반인들에 비해 아주 큰 기억 용량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군집화이다. 바둑 기사들은 놓인 바둑알들의 위치를 의미 관계 중심으로 패턴화함으로써 군집화시킨다.  따라서 개별 바둑알의 위치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 진행 상의의미로서 기억한다. 실제로 바둑알을 게임의 흐름과 상관없는 위치에 놓으면 전문 기사라고 해도 일반인과 큰 차이가 없는 기억력을 보인다.

 

기억의 시각화(visualization). 

 

시각화는 암기하여야 할 정보를 마음속의 이미지(심상)로 만들어 부호화하는 전략이다. 시각화는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영어 단어를 외울 때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책이라는 뜻의 영어 'book'을 외우고 싶다면, 'book'의 발음이 우리나라의 '북'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착안하여 책 겉표지에 북 모양을 그린 이미지로 기억하는 것이다.

시각화 전략은 아주 오래 전부터 많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각화 전략과 관련해서 시모니데스라고 하는 그리스 시인의 일화가 유명하다. 시모니데스는 한 연회에서 시를 발표한 후 잠시 자리를 비웠다. 그런데 그 사이에 연회장의 지붕이 내려앉아 참석한 사람들이 모두 죽었다. 사고가 너무 커 사망한 사람들의 신원을 확인하기 힘들 정도로 시신이 훼손되었다. 사망자가 확인되지 않아 고민하는 와중에, 시모니데스가 연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전원을 기억해 내었다. 그는 연회장의 의자를 원래 대형대로 세우고, 각 의자에 앉은 사람이 누구였는지를 정확하게 기억해 냈다. 그는 자신의 시를 경청하던 사람들을 한 장의 사진처럼 하나의 심상으로 만들어 저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래전부터 쉽게 기억하는 고전적인 기억법으로 유명한 장소법도 시각화의 한 종류라고 볼 수 있다. 장소법이란 낯익은 장소를 지나가는 경로에 기억해야 할 것을 시각화하여 배치하여 외우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과, 바나나, 강아지, 식빵을 기억해야 한다고 하자. 우선 자신에게 익숙한 장소를 정한다. 본인의 집이라고 한다면, 문을 열고,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거실을 가로질러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는 가장 일반적인 경로에 외워야 할 것을 배치한다. 현관문에 걸려 있는 사과 모양의 ‘환영’ 사인, 현관에 들어가니 나를 반기는 강아지, 강아지를 뒤로 하고 거실에 가니 동생이 먹다 남은 식빵이 있고, 내 방에 들어가니 운동하기 전에 먹으려고 준비한 바나나가 놓여있다는 식으로 외우는 것이다. 일종의 군집화도 사용가능한데, 현관에서 바나나를 물고 나를 반기는 강아지와 사과잼을 바른 식빵과 같은 방식을 이용하면 훨씬 적은 공간이 필요하다. 다수의 실험 연구도 시각화의 효과를 입증하였다. 단어 목록을 암기할 때 단순 반복으로 암기한 참가자들에 비해 시각화 전략을 사용한 참가자들이 2배에 달하는 단어들을 기억할 수 있었다(Schnorr & Atkinson, 1969).

시각화 전략이 효과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시각화가 시각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기억 저장소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중 부호화 이론(dual-coding theory; Paivio, 1971, 1986)에 따르면, 장기 기억에는 두 가지 형태로 정보가 저장되는데 하나는 언어 형태이고 다른 하나는 시각 형태이다. 언어 형태로 저장되는 정보는 언어 정보 및 다양한 의미 정보들이고, 시각 형태로 저장되는 정보는 우리가 시각적으로 경험하는 장면을 구성하고 있는 물체 및 그들의 배열 및 패턴과 같은 정보이다. 이 두 가지 형태의 정보는 따로 저장되지만, 서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우리의 장기 기억을 구성하고 있다. 이때 이 두 가지 형태의 기억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 한 가지 형태의 기억만을 사용할 때보다 기억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단어를 외우는 경우, 단순 반복하여 암기하는 것은 언어 형태의 정보만 사용하는 것이지만, 시각화를 사용하는 것은 언어 형태뿐 아니라 시각 형태의 정보도 사용하기 때문에 더 효과적이다. 또한, 시각화 전략은 더 깊은 수준의 처리를 가능하게 한다. 어떤 대상을 시각화하는 행위 자체가 해당 정보를 더 깊게 처리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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