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란 무엇인가?
행복에 대한 심리학 연구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이후이며, Diener가 1984년에 발표한 'Subjectivw well-being(주관적 안녕감)'이라는 논문은 행복이 심리학 연구의 주제로 전면에 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1999년에 Diener는 동료들과 함께(Diener, suh, Lucas & Smith, 1999) '행복한 사람들의 특징'에 대하여 Wilson(1967)이 발표한 논문에 대하여, 이후 30여 년 간 이루어진 심리학의 경험적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재정리하였다.
최근에는 행복 연구의 중요성에 대하여 심리학자들 사이에 공감이 이루어지며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사회학자 Veenhoven(1999)이 행복에 과하여 전 세계에서 이루어진 연구들을 집대성해 놓은 'World Database of Happiness(세계 행복 데이터베이스)'에는 2018년 현재 전 세계에서 이루어진 행복 관련 연구 12,061편의 출판몰 정보가 담겨 있다. 본 절에서는 행복과 불행의 특징, 행복에 대한 일반인의 생각 그리고 행복에 대한 접근을 알아보겠다.
행복과 불행의 독립성
심리학자들이 행복에 대해 오랜 기간 특별한 관심을 가지지 않은 이유중 하나는 불행의 반대가 곧 행복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즉, 인간의 심리적 문제를 파악해서 없애면 저절로 행복해질 것이기 때문에 행복에 대한 연구가 따로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오랜 세월 동안 인간에 대한 '질병 모형(disease model)'을 가지고 우울, 불안, 공포, 공격성 등의 심리적, 정신적 문제를 어떻게 치료할 것인지 연구해 왔다(Seligman,2002). 이처럼 인간의 부정적 측면을 집중해서 연구한 결과, 오늘날 많은 심리적 문제들의 정체를 파악하고 체계적으로 분류하여 진단 가능한 시스템(Diagnostic and statistica I manual of mental disorders, 5th ed: DSM-V)을 갖게 되었다(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2013). 또한 수많은 심리적 문재들을 예방하거나 관리할 수 있게 되었고 심지어 때로는 완치할 수도 있게 되었다(Seligman, 2002).
그렇다면 정말 심리적 문제의 해결에서 달성한 이러한 놀라운 성과가 사람들의 행복을 증진시켰을까? 그렇지 않다. 정신적 건강(심리적 안녕, 행복)과 정신적 질병(심리적 문제, 불행)은 서로 다른 별개의 차원이기 때문이다. 일례러 Keyes(2007)의 연구에서 한 해 동안 하나 이상의 정신 장애를 가진 미국 성인의 비율이 26%였다. 만약 정신적 질병이 없는 상태가 곧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상태라면, 풍성한 삶을 사는 사람을 전체에서 26%를 제외한 74%이어야 한다. 그러나 조사 결과는 이와 많은 차이가 있었다. 풍성한 삶을 살고 있다고 보고한 사람의 비율은 불과 전체의 17%에 지나지 않았다. 즉, 정신 장애를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 중에서도 일부만이 풍성한 삶을 살고 있었고 미국 성인의 57%는 정신 질환이 없으면서도 행복한 삶을 살고 있지 못했다. 이것은 정신적 질환을 줄이거나 없애는 것이 건강하고 번영하고 유능하며 행복한 삶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불행의 부재와 행복이 별개의 차원인 것처럼, 긍적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의 독립성은 정서 차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긍정적 정서와 부정적 정서는 독립적인 요인으로, 하나의 수직선 상에 존재하는 양 극단이 아니라는 의미이다(Cacioppo & Berntson, 1999). 긍정적인 감정을 많이 경험하는 사람은 부정적인 감정을 적게 경험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을 모두 많이 경험할 수도, 모두 적게 경험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즐거운 감정을 많이 경험한다고 해서 공포나 불안 등의 부정적인 감정이 저절로 적어지는 것은 아니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실제로 긍정적 정서와 부정적 정서를 따로 측정하여 검증한 연구들이 존재한다(Diener & Emmons, 1984). 따라서 행복 및 인간의 긍정적 측면에 대한 연구, 행복 증진을 위한 연구는 별도로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행복에 대한 일반인들의 생각
연구자가 아닌 일반인들은 행복을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행복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양하지만, 그들은 대체로 행복을 바람직한 것으로 여긴다. 사람들은 행복을 좋은 상태이자 좋은 삶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라 생각하며, 행복한 삶이 질적으로 좋은 삶이라고 여긴다. 심지어 행복한 사람이 도덕적으로도 선하고 "천국에 갈 가능성이 높다."고까지 생각한다. 연구자들이 참가자들에게 행복, 의미, 부유함의 세 가지 중에서 좋은 삶과 도덕적으로 선한 삶을 위해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순위를 매기도록 했을 때, 그들은 행복과 의미를 좋을 삶, 도덕적으로 선한 삶을 위해 더 중요한 요건으로 꼽았다(King & Napa, 1998).
뿐만 아니라 행복은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가치이기도 하다. 국제적인 대규모 조사에서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자신의 가장 중요한 인생의 목표 중 하나라고 보고했다(Diener, 2000). 브라질, 터키, 미국, 이란, 인도, 일본, 중국 등 여러 나라의 사람들도 행복을 사랑과 함께 가장 중요성 가치의 상위에 위치시켰으며, 재산, 경제적 성공, 겉모습 등의 가치가 행복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국가는 없었다(Diener & Biswas-Diener, 2008). 또한 사람들에게 세 가지 소원을 꼽도록 했을 때 행복은 꾸준히 이 목록 안에 들었다(King &Broyles, 1997). 이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복을 바람직한 것, 좋은 삶을 위한 필수적인 요건으로 여겨 행복을 추구한다.